'생텍쥐페리'에 관한 글 27개

어린왕자. 1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나이 여섯 살 적에, 한번은 체험담이라는 처녀림에 관한 책에서 멋있는 그림 하나를 보았다. 그것은 보아뱀 한 마리가 맹수를 삼키고 있는 그림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걸 옮겨 놓은 그림이 위에 있다. 그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보아뱀은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킨다. 그런 다음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 먹이가 소화될 때까지 여섯 달 동안 잠을 잔다. 나는 그 그림을 보고 나서 밀림의 여러 가지 모험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며, 드디어는 나도 색연필을 들고 나의 첫 그림을 용케 그려 내었다.

나의 그림 제 1호, 그건 다음과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내 걸작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내 그림이 무섭지 않느냐고물어 보았다. 어른들은 대답했다. "아니, 모자가 다 무서워?"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게 아니라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뱀의 속을 그렸다. 어른들에겐 항상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내 그림 제 2호는 아래와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른들은 나에게 속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보아뱀의 그림따위는 집어 치우고, 차라리 지리나 산수, 역사, 문법에 재미를 붙여 보라고 충고했다. 나는 이렇게 해서 내 나이 여섯 살적에 화가라고 하는 멋있는 작업을 포기했다. 나는 내 그림 제 1 호와 제 2호의 실패로 그만 기가 죽었던 것이다. 어른들은 자기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 때마다 자꾸자꾸 설명을 해 주자니 어린애에겐 힘겨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직업을 골라야 했고, 비행기 조종을 배웠다. 나는 세계의 여기저기 제법 많은 곳을 날아다녔다. 그 덕분에 나는 한 번 쓱 보아도 중국과 아리조나를 구별할 수 있었다. 밤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을 때 지리는 매우 편리하다. 나는 이렇게 살아오는 동안 착실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자주자주 접촉을 했다. 나는 오랫동안 어른들과 함께 살며 그들을 아주 가까이서 보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 의견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나는 좀 똑똑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항상 품고 다니던 내 그림 제 1호를 꺼내 그를 시험해 보곤 했다. 그가 정말 이해력 있는 사람인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늘 이런 대답이었다.

'그건 모자로군요.'

그러면 나는 보아뱀 이야기도 처녀림 이야기도 별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나는 그가 알아 들을 수 있는 트럼프 이야기, 골프 이야기, 넥타이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그 어른은 분별 있는 사람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고 아주 흐뭇해 하는 것이었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22 2002/01/13 23:22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2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이렇게 해서 진심을 털어 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혼자 살아왔다. 그러다가 육 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를 만났던 것이다. 기관의 부속 하나가 부서져 나갔다. 기관사도 승객도 없었던 터라, 나는 그 어려운 수선을 혼자 감당해 볼 작정이었다.
나로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였다. 가진 것이라고는 겨우 일주일 동안 마실 물밖에 없었다.

첫날 저녁, 나는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사막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넓은 바다 한가운데 뗏목을 타고 흘러가는 난파선의 뱃사람보다도 나는 훨씬 더 외로운 처지였다. 그러니 해 뜰 무렵 이상한 작은 목소리가 나를 불러 깨웠을 때 나는 얼마나 놀라웠겠는가.
그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저..... 양 한 마리만 그려 줘요!"

"뭐!"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벌떡 일어섰다. 나는 열심히 눈을 비비고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아주 신기한 꼬마 사람이 엄숙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그의 초상화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그림은 내가 훗날 그를 모델로 그린 그림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내 그림이 그 모델만큼 멋이 있으려면 아직 멀었다.
그렇다고 내 잘못이 아니다. 내 나이 여섯 살 적에 나는 어른들 때문에 기가 죽어 화가라고 하는 작업에서 멀어졌고, 속이 보이는 보아뱀과 보이지 않는 보아뱀밖에는 한 번도 그림공부를 해 본 적이 없지 않은가.아뭏든 나는 놀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홀연히 나타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이나 떨어진 곳이 아닌가.

그런데 나의 꼬마 사람은 길을 잃은 것 같지도 않았고, 피곤이나굶주림이나 목마름에 시달려 녹초가 된 것 같지도 않았으며, 겁에질려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나는 마침내 입을 열어 겨우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넌 거기서 뭘 하고 있느냐?"

그러나 그 애는 무슨 중대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같은말을 되풀이했다.

"저.....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수수께끼같은 일을 만나 너무 놀라게 되면 누구나 감히 거역하지 못하는 법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 떨어져 어른거리는 죽음을 눈 앞에 두고, 그것이 말할 수 없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와 만년필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 내가 특별히 공부한 것이라고 해 보아야
지리와 역사, 산수와 문법 따위임을 생각하고 (기분이 좀 언짢아서), 이 꼬마사람에게 나는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대답했다.

"괜찮아.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나는 한 번도 양을 그려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그릴 수 있는 단 두 가지 그림 중에서 하나를 그에게 다시 그려 주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의 그림을. 그런데 놀랍게도 그 꼬마사람은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아냐! 아냐! 난 보아뱀의 뱃속에 있는 코끼리는 싫어. 보아뱀은 아주 위험하고, 코끼리는 아주 거추장스러워. 내가 사는 데는 아주 작거든. 나는 양을 갖고 싶어. 양 한마리만 그려 줘."

그래서 나는 이 양을 그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조심스럽게 살펴보더니

"아냐! 이건 벌써 몹시 병들었는 걸. 다른 걸로 하나 그려 줘!"

나는 다시 그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친구는 얌전하게 미소 짓더니, 너그럽게 말했다.

""아이참..... 이게 아니야. 이건 숫양이야. 뿔이 돋고....."

그래서 나는 다시 그림을 그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그것 역시 먼저 그림들처럼 퇴짜를 맞았다.

"이건 너무 늙었어. 나는 오래 살 수 있는 양이 있어야 해."

그때, 기관을 분해할 일이 우선 급했던 나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아무렇게나 쓱쓱 그린다는 게 이 그림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는 던져 주며 말했다.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 하는 양은 그 안에 들어 있어."

그러나 놀랍게도 이 꼬마 심판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 아닌가.

"내가 말한 건 바로 이거야! 이 양을 먹이려면 풀이 좀 많이 있어야겠지?"

"왜?"

"내가 사는 곳은 너무 작아서....."

"그거면 충분해. 정말이야. 내가 그려 준 건 조그만 양이거든."

그는 고개를 숙여 그림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작지도 않은데..... 이것 봐! 잠이 들었어....."

나는 이렇게 해서 어린 왕자를 알게 되었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19 2002/01/13 23:19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3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린 왕자는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도 내 질문은 전혀 귀담아 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어쩌다 우연히 흘러 나온 말을 듣고, 나는 차츰차츰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가령, 그가 처음으로 내 비행기(내 비행기는 그리지 않겠다. 내게는 너무 복잡한 그림이라서)를 보았을 때,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

"이 물건은 뭐야?"

"그건 물건이 아니야. 그건 날아다니는 거야. 비행기야. 내 비행기."

나는 내가 날아다닌다는 걸 그 애가 알아듣도록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뭐라구! 아저씨가 하늘에서 떨어졌어!"

"그래!" 나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야! 그것 참 신기하다....."

그리곤 어린 왕자가 아주 유쾌한 듯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나는 몹시 화가 났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불행을 끔찍한 것으로 생각해 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덧붙여 말했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왔구나! 어느 별에서 왔어?"

나는 그 말을 듣자, 수수께끼같은 그의 존재에 한 줄기 희미한 빛처럼 무언가 실마리가 잡히는 것같아 다구쳐 물어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넌 다른 별에서 왔니?"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비행기를 바라보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저걸 타고서야 그렇게 먼곳에서 올 수는 없었겠다....."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윽고 그는 호주머니에서 양을 꺼내 들고 그 보물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그 알듯말듯 한 '다른 별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 호기심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래서 나는 좀 더 깊이 알아 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

"넌 어디서 왔니? 이 꼬마 사람아. '네가 사는 곳'이란 데가 도대체 어디니? 내 양을 어디로 데려 가려는 거니?"

그는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잘됐어. 아저씨가 준 상자는 밤이면 양의 집으로 쓸 수도 있겠는데."

"물론이지. 그리고 네가 얌전히 굴면 낮에 양을 묶어 둘 수 있는 고삐도 하나 줄께. 말뚝도 주고."

내 제안이 어린 왕자의 마음을 거슬린 것 같았다.

"묶어 둬? 참 괴상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묶어 두지 않으면 아무 데나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을거야....."

그 말에 내 친구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가면 어디로 가겠어요!"

"어디든지, 제 앞으로 곧장....."

그때 어린 왕자가 엄숙하게 말했다.

"괜찮아.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은 곳이야."

그리고는 어쩐지 좀 쓸쓸한 목소리로 그는 덧붙였다.

"앞으로 곧장 가 봐야 그렇게 멀리 갈 수도 없어....."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17 2002/01/13 23:17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4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이렇게 해서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어린 왕자가 태어난 별이 겨우 집 한 채보다도 클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지구,목성,화성,금성, 이렇게 이름이 붙은 큰 떠돌이 별들 외에도 아주 작아서 망원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다른 별들이 수백 개도 더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천문학자가 이런 별을 하나 발견하면 이름 대신 번호를 붙여 준다. 이를테면, "소혹성 3251호"라는 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어린 왕자가 소행성 B612호에서 왔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소행성은 1909년 터어키의 어느 천문학자가 단 한 번 망원경으로 보았을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 이 천문학자는 국제 천문학회에서 자기가 발견한 것에 대해 어마어마한 발표를 했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었다.

어른들은 언제나 이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행성 B612호의 명성을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스럽게 터어키의 한 독재자가 그의 백성들에게 유럽식으로 옷을 입으라고 명령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아주 맵시 있는 옷을 입고 발표를 다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들 그의 말을 믿었다.

내가 소행성 B612호에 대해 이런 세세한 이야기를 늘어 놓고, 그 번호까지 분명히 말해 두는 것은 다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도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 애의 목소리는 어떠냐? 그 애도 나비를 채집하느냐?" 절대로 이렇게 묻는 법이 없다."그 앤 나이가 몇이지? 형제들은 몇이나 되고?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진 얼마나 버니?" 항상 이렇게 묻는다.

만일 여러분들이 "나는 아주 아름다운 장미빛 벽돌집을 보았어요. 창문에 제라늄이 있고,지붕 위에 비둘기가 있고....." 
이런 식으로 어른들에게 말한다면, 어른들은 그 집을 상상해 내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겐 "나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그들은 소릴 친다.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래서, "어린 왕자가 매혹적이었고, 웃었고, 양 한 마리를 가지고 싶어했다는 것이 그가 이 세상에 있었던 증거야. 어떤 사람이 양을 갖고 싶어한다면 그건 그가 이 세상에 있는 증거야" 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 하고는 여러분을 어린아이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떠나온 별은 소혹성 B612호입니다"라고 말하면 수긍을 하고 더 이상 질문을 해대며 귀찮게 굴지도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언제나 이렇다. 그들을 탓해서는 안된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을 아주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

그러나 삶을 이해하고 있는 우리들은 숫자 같은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동화 같은 식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옛날에 저보다 좀더 클까 말까 한 별에서 살고 있는 어린왕자가 있었는데, 그는 친구가 갖고 싶어서....."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식의 이야기가 훨씬 더 진실하게 보였으리라.

그러나 내가 그렇게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 책을 가볍게 읽어 버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추억을 이야기 하려니 온갖 슬픈 생각이 다 떠오른다. 내 친구가 양을 가지고 떠난 지도 어언 육 년이 되었다. 내가 여기에다 그 모습을 그리려고 애를 쓰는 것은 그애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친구를 잊어 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니까. 누구나 다 친구를 가져보는 것은 아니다. 그를 잊는다면 나는 숫자밖에 흥미가 없는 어른들과 같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림물감 한 상자와 연필을 산 것은 이런 까닭에서였다. 내 나이 여섯 살 적에 속이 보이는 보아뱀과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의 그림 외에는 전혀 손대 보지 못한 내가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시작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나는 물론 힘이 닿는  한 그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초상화를 그리려고 노력하겠다. 그러나 성공할 수 있을는지 정말 자신이 없다. 어떤 그림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어떤 그림은 아주 다른 것이 돼 버린다. 키를 어림잡는 데도 좀 서투르다.여기서는 어린왕자가 너무 크고 저기서는 너무 작다. 그의 옷 색깔에 대해서 역시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되건 안 되건 이럭저럭 더듬어 본다. 아주 중요한 부분에 가서 잘못을 저지를 것만 같다. 그래도 나를 용서해 주어야 한다. 내 친구는 설명을 해 주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자기와 비슷하리라고 생각했던가 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상자를 통하여 그 속에 있는 양을 볼 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조금씩 어른들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 아마 늙어 버렸나 보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15 2002/01/13 23:15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5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별이나 출발이나 여행에 대해 날마다 조금씩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무심결에 하는 말들을 통해 서서히 그렇게 된것이었다. 사흘째 되는 날 바오밥나무의 비극을 알게 된 것도 그렇게 해서였다.

이번에도 역시 양의 덕택이었다. 심각한 의문이 생긴듯이 어린 왕자가 느닷없이 물었다. "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다는게 정말이지?"

"그럼, 정말이지."

"아! 그럼 잘 됐네!"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다는게 왜 그리 중요한 사실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말을 이었다.

"그럼 바오밥나무도 먹겠지?"

나는 어린 왕자에게 바오밥나무는 작은 나무가 아니라 성당만큼이나 커다란 나무이고, 한 떼의 코끼리를 데려간다 해도 바오밥나무 한 그루도 다 먹어치우지 못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떼의 코끼리라는 말에 어린 왕자는 웃으며,

"코끼리들을 포개 놓아야겠네......"하고 말했다.

그런데 그가 현명하게도 이런 말을했다.

"바오밥나무도 커다랗게 자라기 전에는 작은 나무였지?"

"물론이지! 그런데 왜 양이 바오밥나무를 먹어야 된다는 거지?"

어린 왕자는 "아이 참!"하며, 그것은 자명한 이치라는 듯이 대꾸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그 수수께끼를 푸느라고 한참 머리를 짜내야만 했다.어린 왕자가 사는 별에는 다른 모든 별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풀과 나쁜 풀이 있었다.

따라서 좋은 풀들의 좋은 씨들과 나쁜 풀들의 나쁜 씨들이 있었다. 그러나 씨앗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땅 속 깊이 숨어 잠들어 있다가 그중 하나가 갑작스레 잠에서 깨어나고 싶어진다. 그러면 그것은 기지개를 켜고, 태양을 향해 처음엔 머뭇거리면서 그 아름답고 연약한 새싹을 내민다. 그것이 무우나 장미의 싹이면 그대로 내버려 두어도 된다.

하지만 나쁜 식물의 싹이면 눈에 띄는 대로 뽑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어린 왕자의 별에는 무서운 씨앗들이 있었다...... 바오밥나무의 씨앗이었다. 그 별의 땅에는 바오밥나무 씨앗투성이였다. 그런데 바오밥나무는 자칫 늦게 손을 쓰면 그땐 정말 처치할 수 없게 된다. 별을 온통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는 것이다. 게다가 별이 너무 작은데 바오밥나무가 너무 많으면 별이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14 2002/01/13 23:14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6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어린 왕자, 너의 쓸쓸하고 단순한 생활을 이렇게 해서 나는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지. 너에게는 오랫동안 심심풀이라고는 해질녁의 풍경을 바라보는 감미로움밖에 없었지. 나흘째 되는 날 아침, 나는 그 새로운 사실을 알았지. 네가 내게 이렇게 말했거든.

"나는 해질 무렵을 좋아해. 해지는 걸 보러가......""

"기다려야지......".

"뭘 기다리지?"

"해가 지길 기다려야지."

너는 처음에는 몹시 놀라는 기색이었으나 이내 자기 말이 우스운 듯 웃음을 터뜨렸지.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지.

"아직도 집에 있는 것만 같거든!!"

실제로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모두들 알고 있듯이 미국에서 정오일때 프랑스에서는 해가 진다.

프랑스로 단숨에 달려갈수만 있다면 해가 지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너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 놓기만 하면 되었지.

그래서 언제나 원할 때면 너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지......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걸 마흔 세 번이나 보았어!"

그리고는 잠시 후 너는 다시 말했지.

"몹시 슬플 때에는 해지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럼 마흔 세 번이나 해 지는 걸 구경하던 날, 너는 그렇게도 슬펐었니?"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12 2002/01/13 23:12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7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섯째 되는 날, 역시 양의 덕분으로 어린 왕자의 생활의 비밀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그가 불쑥, 오랫동안 혼자 어떤 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던 끝에 튀어나온 말인 듯 나에게 물었다.

"양은 작은 나무를 먹으니까 꽃도 먹겠지?"

"양은 닥치는 대로 먹지."

"가시가 있는 꽃도?"

"그럼. 가시가 있는 꽃도 먹고 말고"

"그럼 가시는 어디에 소용되지?"

나 역시 그것은 알지 못했다. 나는 그때 내 모터의 볼트가 너무 꼭 죄어 있어 그것을 빼내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비행기의 고장이 매우 중대한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먹을 물이 바닥이 드러나고 있어 최악의 상태를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에 나는 무척 불안했던 것이다.

"가시는 무엇에 소용되는 거지?"

어린 왕자는 한 번 질문을 했을 때는, 결코 포기한 적이 없었다. 나는 볼트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므로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대답해 버렸다.

"가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어. 꽃들이 공연히 심술을 부리는 거지!"

"그래!"

그러나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어린 왕자는 원망스럽다는 듯 나에게 이렇게 톡 쏘아 붙였다.

"그건 거짓말이야! 꽃들은 연약해. 순진하고, 꽃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있으면 무서운 존재가 되는 줄로 믿는 거야......"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이 볼트가 끝내 말썽을 부리면 망치로 두들려 튀어나오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또다시 내 생각을 방해했다.

"그럼 아저씨 생각으로는 꽃들이......"

"그만해 둬! 아무래도 좋아! 난 되는 대로 대답했을 뿐이야. 나에겐 지금 중대한 일이 있어!"

그는 어리둥절해서 나를 바라보았다.

"중대한 일이라고?"

망치를 손에 들고 손가락은 시커멓게 기름투성이가 되어 그에게는 매우 흉측스럽게 보이는 물체 위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는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어른들처럼 말하고 있잖아!"

그 말에 나는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런데도 그는 사정없이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 모든걸 혼동하고 있다구!"

그는 정말로 화가나 있었다. 온통 금빛인 그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씨뻘건 얼굴의 신사가 살고 있는 별을 나는 알고 있어. 그는 꽃향기라고는 맡아 본 적이 없어.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어느 누구를 사랑해 본 일도 없고. 오로지 계산만 하면서 살아왔어. 그래서 하루종일 아저씨처럼 <나는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되뇌고 있고 그래서 교만으로 가득 차 있어.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지!"

"뭐라고?"

"버섯이라니까!"

어린 왕자는 이제 분노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고 있어. 양도 수백만년 전부터 꽃을 먹어 왔고. 그런데도 그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를 왜 만들어 내는지 알려는건 중요한게 아니라는 거지! 그건 붉은 얼굴의 신사가 하는 계산보다 더 중요한 건 못 된다는 거지! 그래서 이 세상 아무데도 없고 오직 나의 별에만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 송이 꽃을 내가 알고 있고, 작은 양이 어느날 아침 무심코 그걸 먹어 버릴 수도 있다는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어린왕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을 이었다.

"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그는 속으로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는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단 말야?"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밤이 내린 뒤였다. 나는 손에서 연장을 놓아버렸다. 망치도 볼트도 목마름도 죽음도 모두 우습게 생각되었다. 어떤 별, 어떤 떠돌이별 위에 나의 별, 이 지구 위에 위로해 주어야 할 한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였다. 나는 두팔로 껴안았다. 그를 부드럽게 흔들면서 나는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위험에 처해 있지 않아...... 너의 양에게 굴레를 그려 줄께...... 그리고......"

더이상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무척 서툴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그를 감동시키고 그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눈물의 나라는 그처럼 신비로운 것이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10 2002/01/13 23:10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8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곧 그 꽃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전부터 꽃잎이 한 겹인 아주 소박한 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자리를 거의 차지하지 않았고 아무도 귀찮게 굴지 않았다. 어느날 아침 풀 속에 나타났다가는 저녁이면 사라져 버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 꽃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날아온 씨앗으로부터 싹이 텄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다른 싹들과 닮지 않은 그 싹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새로운 종류의 바보밥나무인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나무는 곧 성장을 멈추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꽃망울이 맺히는 것을 지켜보고있던 어린 왕자는 이제 곧 그 꽃에서 어떤 기적 같은것이 나타나리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꽃은 그 연녹색 방 속에 숨어 언제까지고 아름다워질 준비만 하고 있었다. 꽃은 세심하게 빛깔을 고르고 있었다. 천천히 옷을 입고 꽃잎을 하나씩 둘씩 다듬고 있었다. 그 꽃은 개양귀비꽃처럼 구겨진 모습을 밖으로 나타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름다움이 최고로 빛을 발할 때에야 비로소 나타나고 싶어했다. 아! 정말, 아주 애교스러운 꽃이었다. 그의 신비로운 몸단장은 그래서 몇일이고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어느날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시각에, 그 꽃은 모습을 드러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그처럼 공들여 몸치장을 한 그 꽃은 하품을 하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 이제 막 잠이 깼답니다...... 용서하세요...... 제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 있네요......"

어린 왕자는 그때 감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참 아름다우시군요!"

"그렇죠? 그리고 나 해와 같은 시간에 태어났답니다......"

어린 왕자는 그 꽃이 그다지 겸손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 꽃은 너무도 감동적이 아닌가!"

"아침식사 시간이군요. 제 생각을 해주실 수 있으실는지요."

잠시후 그 꽃이 다시 말했다. 그랫 어린왕자는 신선한 물이 담긴 물뿌리개를 찾아 그 꽃에 뿌려 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그 꽃은 태어나자마자 심술궂은 허영심으로 그를 괴롭혔다. 어느날은 자기가 가진 네 개의 가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호랑이들이 발톱을 세우고 덤벼들어도 끄떡없어요."

 

"우리 별엔 호랑이들은 없어요. 그리고 호랑이들은 풀을 먹지도 않고요." 라고 어린 왕자는 항의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는 풀이 아니예요." 그 꽃이 살며시 대답했다.

"용서해 줘요......"

"난 호랑이는 조금도 무섭지 않지만 바람은 질색이랍니다. 바람막이를 가지고 있으세요?"

'바람은 질색이라...... 식물로써는 안된 일이군. 이 꽃은 아주 까다로운 식물이군' 하고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녁에는 나에게 유리 덮개를 씌워주세요. 당신이 살고 있는 아곳은 매우 춥군요. 설비가 좋지 않고요. 내가 살던 곳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꽃은 말을 잊지 못했다. 그 꽃은 씨앗의 형태로 온 것이었다. 그러니 다른 세상에 대해서 아는 게 있을리가 없었다. 그처럼 빤한 거짓말을 하려다 들킨게 부끄러워진 그 꽃은 어린 왕자의 잘못을 드러내기 위해서 기침을 두어번 했다.

"바람막이 있으시냐고 했잖아요?"

"찾아보려는 참이었는데 당신이 말을 계속 했잖아요!"

그러자 그 꽃은 그래도 어린 왕자에게 가책을 느끼게 하려고 더 심하게 기침을 했다.

그리하여 어린 왕자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호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말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몹시 불행해졌다.

어느날 그는 속사정을 털어 놓았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했어. 꽃들의 말에 절대로 귀를 기울이면 안돼. 바라보고 향기를 맡기만 해야 해.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로 뒤덮었어.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즐길줄 몰랐어. 그 발톱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실은 측은해 했어야 옳았던거야......"

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주었어. 결코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그 가련한 거짓말 뒤에는 애정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건데 그랬어. 꽃들은 그처럼 모순된 존재들이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를 사랑할 줄을 몰랐던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07 2002/01/13 23:07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9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어린 왕자가 철새들의 이동을 이용하여 그의 별을 떠났으리라 생각한다. 떠나는 날 아침 그는 자기의 별을 깨끗이 정돈해 놓았다. 불을 뿜은 화산들을 정성들여 소재했다. 그에게는 불을 뿜는 화산이 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아침밥을 데우는 데 아주 편리했다. 불이 꺼져 있는 화산도 하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야." 그는 그래서 불 꺼진 화산도 똑같이 소재했다. 화산들은 청소가 잘 되어 있을때는 부드럽게, 규칙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타오른다. 화산의 폭발은 벽난로의 불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지구위에 사는 우리들은 너무 작아 화산을 청소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화산폭발 때문에 자주 곤란한 일을 겪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린 왕자는 좀 서글픈 심정으로 바오밥나무의 마지막 싹들도 뽑아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치니숙한 그 모든 일들이 그날 아침에는 유난히 다정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꽃에 마지막으로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주려는 순간 그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잘 있어." 그는 꽃에게 말했다.

그러나 꽃은 대답하지 않았다.

"잘 있어." 그가 되풀이했다.

꽃은 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감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어리석었어. 용서해 줘. 행복해지도록 노력하길 바래." 이윽고 꽃이 말했다.

비난조의 말을 들을 수 없게 된것이 어린 왕자는 놀라웠다. 그는 유리 덮개를 손에 든 채 어쩔줄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다. 꽃의 그 조용한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난 널 좋아해. 넌 그걸 전혀 몰랐지. 내 잘못이었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어리석었어. 부디 행복해...... 유리 덮개는 내버려둬. 그런건 이제 필요없어."

"하지만 바람이 불면......"

"내 감기가 그리 대단한 건 아냐...... 밤의 서늘한 공기는 내게 더 좋을거야. 나는 꽃이니까."

"하지만 짐승이......"

"나비를 알고 싶으면 두세 마리의 쐐기벌레는 견뎌야지. 나비는 무척 아름다운 모양이니까. 나비가 아니라면 누가 나를 찾아주겠어? 너는 멀리에 가 있겠지. 커다란 짐승들은 두렵지 않아. 손톱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꽃은 천진난만하게 네개의 가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지마. 신경질 나.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어서 가."

꽃은 울고있는 자기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꽃이었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05 2002/01/13 23:05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10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소행성 325호, 326호, 327호, 328호, 329호, 330호와 이웃해 있었다. 그래서 일거리도 구하고 견문도 넓힐 생각으로 그 별들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첫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 왕은 주홍빛 천과 흰 담비 모피로 된 옷을 입고 매우 검소하면서도 위엄있는 옥좌에 앉아있었다.

"아! 신하가 한 명 왔구나!" 어린 왕자가 오는 것을 보자 왕이 큰 소리로 외쳤다.

어린 왕자는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나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를 알아볼까?"

왕에게는 세상이 아주 간단하다는 것을 그는 몰랐던 것이다. 왕에겐 모든 사람이 다 신하인 것이다.

"너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가까이 다가오라." 한 사람의 왕 노릇을 하게 된 것이 몹시 자랑스러워진 왕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앉을 자리를 찾았으나 그 별은 흰 담비 모피의 그 호화스러운 망토로 온통 다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 있었다. 그리고 피곤했으므로 하품을 했다.

"왕의 면전에서 하품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니라. 하품을 금지하노라." 왕이 말했다.

"하품을 참을수가 없어요. 오랫동안 여행을 해서 잠을 자지 못했거든요......" 어리둥절해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렇거든 네게 명하노니 하품을 하도록하라. 하품하는 걸 본지도 여러 해가 되었구나. 하품하는 모습은 짐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니라. 자! 또 하품을 하라. 명령이니라." 왕이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겁이나서 하품이 나오지 않는군요......" 어린 왕자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흠! 어흠! 그렇다면 짐이......짐이 명하노니 어떤 때는 하품을 하고 또 어떤 때는 ......" 하고 왕이 말했다.

그는 뭐라고 중얼중얼했다. 화가 난 기색이었다.

왜냐하면 그 왕은 자신의 권위가 존중되기를 무엇보다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복종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절대 군주였다. 하지만 매우 선량했으므로 사리에 맞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만약에 짐이 어떤 장군더러 물새로 변하라고 명령했는데 장군이 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면 그건 그 장군의 잘못이 아니라 그건 짐의 잘못이니라." 라고 그는 평상시에 늘 말하곤 했다.

"앉아도 좋을까요?" 어린 왕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게 앉기를 명하노라." 흰 담비 모피로 된 망토 한 자락을 위엄있게 걷어올리며 왕이 대답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어린 왕자는 의아해하고 있었다. 별은 아주 조그마했다. 왕은 무엇을 다스린담?

"임금님, 한가지 여쭈어 봐도 좋을까요?"

"네게 명하노니, 질문을 하라." 왕은 어린왕자에게 서둘러 말했다.

"임금님...... 임금님은 무엇을 다스리고 계신지요?"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퍽이나 간단이 왕이 대답했다.

"모든 것을요?"

왕은 신중한 몸짓으로 그의 별과 다른 별들, 그리고 떠돌이별들을 가리켰다.

"그 모든 것을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왕이 대답했다.

그는 절대 군주였을 뿐 아니라 온 우주의 군주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럼 저 별들도 임금님께 복종하나요?"

"물론이니라. 즉각 복종하노라. 규율을 거역하는 것을 짐은 용서하지 아니하느니라." 왕이 말했다.

그러한 굉장한 권력에 어린 왕자는 경탄했다. 그도, 그런 권능을 가질 수 있다면 의자를 뒤로 물려 놓지 않고서도 하루에 마흔네번 아니라, 일흔두번, 아니 백번, 이백번 해지는 것을 볼 수 있을게 아닌가! 그래서 버리고 온 그의 작은 별에 대한 추억때문에 조금 슬퍼진 어린 왕자는 용기를 내어 왕에게 부탁을 드려 보았다.

"저는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저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요...... 해가 지도록 명령해 주세요......"

"짐이 어떤 장군에게 나비처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닐것을 명령하거나 비극 작품을 한 편 쓰라고 명령하거나 또는 물새로 변하도록 명령했는데 그 장군이 그 명령을 바고 복종하지 않는다면 그가 잘못일까, 짐의 잘못일까?"

"임금님의 잘못이지요." 어린 왕자가 자신있게 말했다.

"옳다. 누구에게는 그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하는 법이니라. 권위는 무엇보다도 이성에 근거를 두어야 하느니라. 만일 네가 너의 백성에게 바다에 몸을 던지라고 명령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내가 복종을 요구할 권한을 갖는 것은 나의 명령들이 이치에 맞는 까닭이다." 왕이 말을 계속했다.

"그럼 제가 해지는 것을 보게 해달하고 한 것은요?" 한번 한 질문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어린 왕자가 일깨웠다.

"해가 지는 것을 보게 해 주겠노라. 짐이 요구하겠노라. 그러나 내 통치 기술에 따라 조건이 갖추어지길 기다려야하느니라."

"언제 그렇게 되나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으흠. 으흠! 오늘 저녁...... 오늘 저녁 일곱시 사십분이니라! 짐의 명령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너는 보게 될 것이다." 왕이 대답했다.

어린 왕자는 하품을 했다. 해지는 것을 못 보게 된것이 섭섭했다. 그는 어느새 조금 실증이 나 있었다.

"저는 이제 여기서 할 일이 없군요. 다시 떠나가 보겠습니다!"

"떠나지 말라. 떠나지 말라. 너를 대신으로 삼겠노라!" 신하가 한 사람 있게 된 것이 몹시 자랑스러운 왕이 대답했다.

"무슨 대신이요?"

"저...... 사법대신이니라!"

"하지만 재판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요!"

"그건 모를 노릇이지. 짐은 아직 짐의 왕국을 순시해 보지 않았느니라. 짐은 매우 연로한데, 사륜마차를 둘 자리도 없고, 걸어 다니자니 피곤해지거든." 왕이 말했다.

"아! 제가 벌써 다 보았어요." 허리를 굽혀 별의 저쪽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저쪽에도 아무도 없는데요......"

"그럼 네 자신을 심판하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라.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심판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법이거든. 네가 너 스스로를 훌륭히 심판할 수 있다면 그건 네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인 까닭이니라." 왕이 대답했다.

"예, 저는 어디서든 저를 심판할 수 있어요.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으흠, 으흠! 내 별 어딘가에 늙은 쥐 한마리가 있는 줄로 알고 있다. 밤이면 그 소리가 들리느니라. 그 늙은 쥐를 심판하거라. 때때로 그를 사형에 처하거라. 그러면 그의 생명이 너의 심판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매번 그에게 특사를 내려 그를 아끼도록 하라. 단 한 마리밖에 없는 까닭이니라." 왕이 대답했다.

"저는 사형선고를 내리는 건 싫습니다. 아무래도 가야겠습니다."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가지마라." 왕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떠날 준비를 끝마쳤지만 늙은 왕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임금님의 명령이 준수되길 원하신다면 제게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려 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일분내로 떠나도록 제게 명령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지금 조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왕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므로 어린 왕자는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길을 떠났다.

"너를 내 대사로 명하노라." 왕이 황급히 외쳤다.

그는 매우 위엄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른들은 참 이상하군' 하며 어린 왕자는 여행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04 2002/01/13 23:04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11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번째 별에는 혀영심에 빠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 저기 나를 찬양하는 사람이 찾아오는군!"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허영심 많은 사람이 멀리서부터 외쳤다.

허영심에 가득찬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찬양해 주는 사람들은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녕하세요. 야릇한 모자를 쓰고 계시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답례하기 위해서지. 나에게 사람들이 환호를 보낼 때 답례하기 위해서야. 그런데 불행히도 이리로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허영심 많은 사람이 대답했다.

"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어린 왕자가 말했다.

"두 손을 마주 쳐봐요." 허영심 많은 사람이 가르쳐 주었다.

어린 왕자는 두 손을 마주쳤다. 허영심 많은 사람은 모자를 들어올리며 점잖게 답례했다.

'왕을 방문할 때보다 더 재미있군' 어린 왕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는 다시 두 손을 마주 두드렸다. 허영심 많은 사람이 모자를 들어올리며 다시 답례를 했다.

오 분쯤 되풀이하고 나니 어린 왕자는 그 장난이 재미없어졌다.

"모자를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러나 허영심 많은 사람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허영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찬양의 말만이 들리는 법이다.

"너는 정말로 나를 찬양하지?" 그가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찬양하는게 뭐지?"

"찬양한다는건 내가 이 별에서 가장 잘생겼고, 가장 옷을 잘입고, 가장 부자이고,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해 주는 거지."

"하지만 이별엔 아저씨 혼자밖에 없잖아!"

"나를 기쁘게 해줘. 그렇게 나를 찬양해 줘."

"아저씨를 찬양해. 그런데 그게 아저씨에게 무슨 상관이 있지?' 어깨를 조금 들썩하면서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그 별을 떠났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군' 어린 왕자는 여행을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03 2002/01/13 23:03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12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다음 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그 별에는 그저 잠시 들렀을 뿐이지만 어린 왕자를 깊은 우울에 빠뜨렸다.

"무얼 하고 있어요?" 빈 병 한무더기와 술이 가득차 있는 병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을 보고 어린 왕자가 말했다.

"술을 마시지." 침울한 표정으로 술꾼이 대꾸했다.

"왜 술을 마셔요?" 어린 왕자가 그에게 물었다.

"잊기 위해서지." 술꾼이 대답했다.

"무엇을 잊기 위해서요?" 측은한 생각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끄럽다는걸 잊기 위해서지." 머리를 숙이며 술꾼이 대답했다.

"뭐가 부끄럽다는 거지요?" 그를 돕고 싶은 어린 왕자가 캐물었다.

"술을 마시는게 부끄러워!" 이렇게 말하고 술꾼은 침묵을 지켰다.

그래서 난처해진 어린 왕자는 길을 떠나 버렸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군' 하고 어린 왕자는 여행을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02 2002/01/13 23:02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13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번째 별은 장사꾼의 별이었다. 그 사람은 어찌나 바른지 어린 왕자가 찾아왔는데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담배불이 꺼졌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셋에다 둘을 더하면 다섯, 다섯에 일곱을 더하면 열 둘, 열 둘에 셋을 더하면 열 다섯, 안녕. 열 다섯에 일곱을 더하면 스물 둘, 스물 둘에 여섯을 더하면 스물 여덟, 다시 담배불 붙일 시간이 없어. 스물 여섯에 다섯을 더하면 서른 하나라. 휴우! 그러니까 오억 일백 육십 이만 이천 칠백 삼십 일이 되는구나."

"뭐가 오억이야?"

"응? 너 아직도 거기 있니? 저, 오억 일백만...... 도무지 틈을 낼 겨를이 없구나...... 너무 바빠서. 나는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허튼 소리 할 시간이 없어! 둘에다 다섯을 더하면 일곱......"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가 오억인데?" 한번 한 질문은 절대로 포기해 본 적이 없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장사꾼은 고개를 들었다.

"이 별에서 오십 사년 동안 살고 있는데 내가 방해를 받은 적은 딱 세번뿐이야. 첫번째는 이십 이년 전이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를 웬 풍뎅이가 날 방해했어. 그게 어찌나 요란한 소리를 내는지 계산이 네군데나 틀렸었지. 두번째는 십이리년 전이었는데, 신경통 때문이었어. 난 운동부족이거든. 산보할 시간이 없으니까. 난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래. 세번째는 바로 지금이야! 가만있자, 오억 일백만이었겠다......"

"뭐가 오억 일백만 이라는 거지?"

장사꾼은 조용히 일하기는 글렀다는 걸 깨달았다.

"때때로 하늘에 보이는 그 작은 것들 말이야."

"파리?"

"아니, 반짝거리는 작은 것들 말이야."

"꿀벌?"

"아니, 게으름배이이들을 멍청이 공상에 잠기게 만드는 금빛나는 작은 것들 말이야. 헌데 난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거든! 공상에 잠길 시간이 없어."

"아! 별 말이군?"

"그래 맞아, 별이야."

"오억의 별들을 가지고 뭘 하는 건데?"

"오억 일백 육십 이만 이천 칠백 삼십 일개야. 나는 중대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정확한 사람이지."

"그런데 별을 가지고 뭘 하는 건데?"

"뭘 하느냐고?"

"응."

"아무것도 안해. 그것들을 소유하고 있는거지."

"별들을 소유하고 있다고?"

"그래."

"하지만 내가 전에 본 어떤 왕은......"

"왕은 소유하지 않아. 그들은 다스리지. 그건 아주 다른 얘기야."

"그럼 그 별들을 소유하는게 아저씨에게 무슨 소용이 되는데?"

"부자가 되게 해주지."

"부자가 되는게 무슨 소용이 있어?"

"다른 별들이 발견되면 그걸 사는데 소용되지."

'이 사람도 그 술꾼처럼 말하고 있군'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래도 질문은 계속했다.

"별들은 어떻게 소유한담?"

"별들이 누구꺼지?" 장사꾼은 두털대며 물었다.

"모르겠는걸. 그 누구의 것도 아니겠지."

"그러니까 내 것이지. 내가 제일 먼저 그 생각을 했으니까."

"그러면 아저씨 것이 되는 거야?"

"물론이지. 임자 없는 다이아몬드는 그걸 발견한 사람의 소유가 되는 거지. 임자가 없는 섬을 네가 발견하면 그건 네 소유가 되는 거고. 네가 어떤 기막힌 생각을 제일 먼저 해냈으면 특허를 맡아야해. 그럼 그것이 네 소유가 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별들을 소유하고 있는거야. 나보다 먼저 그것들을 소유할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하긴 그렇군. 그렇지만 아저씨는 별들을 가지고 뭘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들을 관리하지.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하지. 그건 힘든 일이야. 하지만 나는 진지한 사람이거든!"

어린 왕자는 그래도 흡족해 하지 않았다.

"나는 말이야. 머플러를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것을 목에 두르고 다닐 수가 있어. 또 꽃을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 꽃을 꺽어 가지고 다닐 수 있고.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을 꺽을 수가 없잖아!"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그것들을 은행에 맡길 수 있지."

"그게 무슨 말이야?"

"조그만 종이 조각에다 내 별들의 숫자를 적어 그것을 서랍에 넣고 잠근단 말이야."

"그리고 그뿐이야?"

"그뿐이지"

'그거 재미있는데, 제법 시적이고. 하지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군.'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어린 왕자는 중요한 일에 대해서 어른들과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말이야 꽃을 한 송이 소유하고 있는데 매일 물을 줘. 세 개의 화산도 소유하고 있어서 주일마다 그을음을 청소해 주고는하지. 불이 꺼진 화산도 청소해 주니까 세 개란 말이야.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거든. 내가 그들을 소유하는건 내 화산들에게나 꽃들에게 유익한 일이야.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에게 하나도 유익하지 않잖아......"

장사꾼은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대답할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떠나버렸다.

'어른들은 아주 이상야릇하군.' 하고 어린 왕자는 여행하면서 혼자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01 2002/01/13 23:01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14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섯번째 별은 무척 흥미로운 별이었다. 그것은 모든 별들 중에서 제일 작은 별이었다. 가로등 하나와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있을 자리밖에 없었다. 하늘 한 구석, 집도 없고 사람도 살지 않는 별에서 가로등과 가로등 켜는 사람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어린 왕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인지 몰라. 그래도 왕이나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나 장사꾼, 혹은 술꾼 보다는 덜 어리석은 사람이지. 적어도 그가 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어. 가로등을 켤때는 별 하나를, 꽃 한 송이를 더 태어나게 하는 것이나 같은 거야. 그가 가로등을 끌때면 그 꽃이나 그 별을 잠들게 하는 거고. 그거 굉장히 아름다운 직업이군. 아름다우니까 정말 유익한 것이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별에 다가가자 그는 가로등 켜는 사람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 아저씨. 왜 가로등을 지금 막 껐어?"

"안녕, 그건 명령이야." 가로등 켜는 사람이 대답했다.

"명령이 뭐야?"

"내 가로등을 끄는거지. 잘자."

그리고 그는 다시 불을 켰다.

"그런데 왜 지금 막 가로등을 다시 켰어?"

"명령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이해할 건 아무것도 없지. 명령은 명령이니까. 잘자."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그리고 가로등을 껐다.

그리고 나서는 붉은 바둑판 무늬의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난 정말 고된 직업을 가졌어. 전에는 무리가 없었는데. 아침에 불을 끄고 저녁이면 다시 켰었지. 그래서 나머지 낮에는 쉬고 나머지 밤에는 잠을 잘 수 있었거든......"

"그럼 그 후 명령이 바뀌었어?"

"명령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그게 문제지! 이 별은 해가 갈수록 빨리 돌고 있는데 명령은 바뀌지 않았단 말이야!"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이제는 이 별이 일분마다 한 바퀴씩 돌기 때문에 단 일초도 쉴새가 없는거야. 일분마다 한번씩 껐다가 켰다가 해야 하는거지."

"그거 참 이상하네! 아저씨네 별에선 하루가 일분이라니!"

"조금도 이상할 것 없지. 우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가 벌서 한달이 되었단다."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한달?"

"그래. 삼십분이니까, 삼십 일이지! 잘자."

그리고 그는 다시 가로등을 켰다.

어린 왕자는 그를 바라보았다. 명령에 그토록 충실한, 그 가로등 켜는 사람이 좋아졌다. 의자를 뒤로 물리면서 해지는 광경을 보고 싶어하던 지난 일이 생각났다. 그 친구를 도와 주고 싶었다.

"저 말이야......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야 언제나 쉬고 싶지."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성실하면서도 또 한편 게으름부리고 싶을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말을 계속했다.

"아저씨 별은 아주 작으니까 세 발자국만 옮겨 놓으면 한 바퀴 돌 수 있잖아. 언제나 햇빛 속에 있으려면 천천히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거야. 쉬고 싶을때면 걸어가도록 해. 그럼 하루해가 원하는 만큼 길어질 수 있을거야."

"그건 별 도움이 되지 못하겠는걸. 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잠을 자는 거니까."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그거 유감인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유감이야. 잘자."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그리고는 가로등을 껐다.

'저 사람은 다른 사람들, 왕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이나 술꾼, 혹은 장사꾼 같은 사람들에게 멸시받을 테지.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저 사람뿐이야. 그건 저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일에 골몰하기 때문일거야.' 더 멀리로 여행을 계속하면서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는 섭섭해서 한숨을 내쉬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친구로 삼을 수 있었던 사람은 저 사람뿐이었는데, 그런데 그의 별은 너무 작아. 두 사람이 있을 자리가 없거든."

그가 축복받은 별을 잊지 못하는 것은 스물 네시간 동안에 1천 4백 4십번이나 해가 지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어린 왕자가 차마 스스로에게도 고백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3:00 2002/01/13 23:00

덧글을 달아 주세요

어린왕자. 15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섯번째 별은 먼저번 별보다 열배나 더 큰 별이었다. 그 별에는 무지하게 커다란 책을 쓰고 있는 늙은 신사 한 분이 살고 있었다.

"야! 탐험가가 하나 오는군!" 어린 왕자를 보며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어린 왕자는 책상 위에 걸터앉아 조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몹시도 긴 여행을 했던 것이다.

"어디서 오는거냐?" 그 노인이 물었다.

"이 두꺼운 책은 뭐예요? 여기서 뭘 하시는 거지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난 지리학자란다." 노인이 말했다.

"지리학자가 뭐예요?"

"바다와 강과 도시와 산, 그리고 사막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지."

"그거 참 재미있네요. 그거야말로 직업다운 직업이로군요!" 어린 왕자는 말하고, 지리학자의 별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처럼 멋진 별을 그는 본적이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할아버지 별은 참 아름답군요. 넓은 바다도 있나요?"

"난 몰라." 지리학자가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산은요?" 어린 왕자는 실망했다.

"난 몰라." 지리학자가 말했다.

"그럼 도시와 강과 사막은요?"

"그것도 알 수 없다."

"할아버지는 지리학자 아녜요?"

"그렇지. 하지만 난 탐험가가 아니거든. 내겐 탐험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단다. 도시와 강과 산, 바다와 태양과 사막을 세러 다니는건 지리학자가 하는 일이 아냐. 지리학자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니까 한가로이 돌아다닐 수가 없지. 서재를 떠날 수가 없어. 서재에서 탐험가들을 만나는 거지. 그들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여 그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거애. 탐험가의 기억중에 매우 흥미로운게 있으면 지리학자는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조사시키지."

"그건 왜요?"

"탐험가가 거짓말을 하면 지리책에 커다란 이변이 일어나게 될테니까. 탐험가가 술을 너무 마셔도 그렇지."

"그건 왜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왜냐하면 술에 잔뜩 취한 사람에겐 모든게 둘로 보이거든. 그렇게 되면 지리학자는 산 하나밖에 없는데다 산 둘을 기록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그럼 나쁜 탐험가가 될 수 있겠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럴수도 있겠지. 그래서 탐험가의 정신 상태가 훌륭하다고 생각될 때는 그의 발견을 조사하지."

"직접 가 보시나요?"

"아니지, 그건 너무 번잡스러우니까. 그대신 탐험가에게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거야. 가령 커다란 산을 발견했을때는 커다란 돌멩이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는거지."

지리학자는 갑자기 흥분했다.

"그런데 너는 멀리서 왔지! 너는 탐험가야! 너의 별이 어떤 별인지 이야기해줘!"

그러더니 지리학자는 노트를 펴고 연필을 깎았다. 탐험가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연필로 적었다가 그가 증거를 가져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증거를 가져오면 그제서야 잉크로 적는 것이었다.

"자, 시작해 볼까?" 지리학자가 물었다.

"글쎄요, 내 별은 별로 흥미로울게 없어요. 아주 작거든요. 화산이 셋 있어요. 둘은 불을 내뿜는 화산이고 하나는 불이 꺼진 화산이지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요."

"그래,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 지리학자가 말했다.

"제겐 꽃 한 송이도 있어요."

"꽃은 기록하지 않아." 지리학자가 말했다.

"왜요? 그게 더 예쁜데요!"

"꽃들은 일시적인 존재니까."

"일시적인 존재? 그게 뭔데요?"

"지리책은 모든 책들 중 가장 귀중한 책이야. 지리책은 유행에 뒤지는 법이 없지. 산이 위치를 바꾸는 일은 매우 드물거든. 바닷물이 비어 버리는 일도 매우 드물고. 우리는 영원한 것들을 기록하는 거야."

"하지만 불꺼진 화산들이 다시 깨어날 수도 있어요. 일시적인 존재가 뭐예요?" 한번 한 질문은 평생 포기해 본적이 없는 어린 왕자가 말을 가로막았다.

"화산이 꺼져 있든 깨어 있든 우리에게는 마찬가지야. 우리에게 중요한건 산이지. 산은 변하지 않거든."

"그런데 일시적인 존재란 뭐예요?" 한번 한 질문은 평생 포기 해 본적이 없는 어린왕자가 다시 되물었다.

"그건 멀지않아 사라져 버릴 위험에 있다는 뜻이지."

"내 꽃은 머지않은 장래에 사라져 버릴 위험에 처해 있나요?"

"물론이지."

'내 꽃은 일시적인 존재야. 세상에 대항할 무기라곤 네 개의 가시밖에 없고! 그런데 나는 그 꽃을 내 별에 혼자 내버려 두고 왔어!'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것은 후회스러운 느낌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용기를 냈다.

"어디를 가 보는게 좋을까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지구라는 별로 가봐. 대단히 이름 높은 별이거든......"

그래서 어린 왕자는 그의 꽃에 대해 생각하며 또 다시 길을 떠났다. 

"어린왕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1/13 22:59 2002/01/13 22:59

덧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