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3부 [3]

제 3부
[3]

플레처는 머리를 흔들고, 날개를 펴고 두 눈을 떴다.
그곳은 절벽 밑이었는데 그의 주의를 갈매기 떼 전체가 둘러싸고 있었다. 그가 처음 몸을 움직이자, 군중 속에서 소란스런 울음소리가 일제히 솟아올랐다.
“그가 살았다! 죽었던 그가 살았다!”
“날개 끝으로 건드렸어! 그를 살려냈어! 그는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이야!”
“아냐! 그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어! 그는 악마야! 악마야! 우리 떼를 파멸시키러 온 거야!”
4천 마리의 갈매기가 모여 있었다.
눈앞에서 일어난 사건에 놀라 “악마!”라고 부르짖는 소리가 바다의 폭풍처럼 군중 속을 뚫고 지나갔다. 그들은 눈을 번쩍이고, 날카로운 부리를 곤두세우며, 조나단과 플레처를 죽이려고 주위에서 모여들었다.
“이 자리를 떠나는 편이 기분이 좋을 듯한데, 플레처, 어때?”
조나단이 물었다.
“네, 그래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순간 그들은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모여든 폭도들의 무리는 헛되이 공중에 번쩍일 뿐이었다. 
“왜 그럴까?”하고 조나단은 의아해했다.
“한 마리의 새에게 그가 자유롭고, 조금만 시간을 들여 연습하면 제힘으로 그걸 실시할 수 있다는 걸 납득시키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니, 이런 일이 왜 그처럼 어려운 것일까?”
플레처는 별안간 자기가 서 있는 장소가 일변한 데 대해 놀라며 아직도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대체 당신은 무얼 하셨어요? 어떻게 우리는 여기에 왔지요?”
“너는 그 폭도들로부터 도망가자고 말하지 않았다?”
“네, 하지만 어떻게 당신은….”
“다른 일과 모두 똑같아, 플레처, 연습해.”

날이 밝을 무렵에, 갈매기 떼는 자신들의 미친 듯한 행위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플레처는 그렇지 않았다.
“조나단, 당신은 오래 전에 스스로 말씀하신 걸 기억하고 계세요? 당신은 갈매기 떼에게 돌아가 그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그들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죠?”
“물론 기억하고 있지?”
“하마터면 자신을 죽였을 만큼 폭도화한 새들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플레처, 너는 그런 게 싫겠지! 그건 당연해, 증오나 악의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너는 스스로를 단련하고, 그리고 갈매기의 본래의 모습, 즉 그들 모두 속에 있는 좋은 것을 발견하도록 힘쓰지 않으면 안 돼. 그들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야해. 내가 말하는 사랑이란 그런 거야. 그 점을 터득하기만 하면, 그건 그것대로 즐거운 일이야. 나는 거칠고 젊은 갈매기를 기억하고 있어. 이름은 그렇지, 가령 플레처 린드래도 좋아. 추방당해서 죽도록 싸울 각오로 ‘먼 벼랑’에 자신의 괴로운 지옥을 세우려 했었지. 그게 지금 여기서는 어떤가, 지옥 대신 자신의 천국을 만들어 가고 있고 그 방향으로 갈매기 떼를 인도하고 있잖아.” 플레처는 조나단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의 눈에 손간 두려움의 빛이 스쳐갔다.
“내가 인도하고 있다고요? 그건 무슨 뜻이죠? 내가 인도해 가고 있다는 건? 이곳의 교사는 당신이에요. 당신은 여기서 떠나시면 안 됩니다!”
“정말 그럴까? 이 밖에도 갈매기 떼가, 또 다른 플레처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너는 생각하지 않나? 이미 빛을 찾아 날기 시작하고 있는 이 갈매기 떼보다 더 교사를 필요로 하는 갈매기 떼나 플레처가 있다고는?”
“존, 당신은 나더러 그 역할을 하라는 겁니까? 나는 그저 평범한 갈매기일 뿐이예요. 당신은…”
“‘위대한 갈매기’의 외아들인가?”
조나단은 한숨을 쉬고, 바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네게는 내가 필요하지 않아. 네게 필요한 것은 매일 조금씩 자기가 진정하고 무한한 플레처임을 발견해 가는 일이야. 그 플레처가 네 교사야. 네게 필요한 것은 그 스승의 말을 이해하고, 그가 명하는 바를 행하는 일이야.”
순간 조나단의 몸은 공중으로 떠올라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점차 투명해져 갔다.
“그들에게 나에 관해 어리석은 소문을 퍼뜨리거나, 나를 신처럼 받들게 하지 말아 주게. 알겠나, 플레처? 나는 갈매기야. 나는 그저 나는 것을 좋아할 뿐이야. 아마….”
“조나단!” “알겠지, 플레처. 너의 눈이 가르쳐 주는 것을 믿어서는 안 돼.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허위야. 너의 마음의 눈으로 보는 거야. 이미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찾아야 해. 그러면 어떻게 나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거야.” 반짝이던 빛이 멎었다. 그리고 조나단은 홀연히 허공으로 사라졌다. 얼마 후, 플레처는 무거운 마음으로 겨우 하늘로 올라가서 최초의 수업을 갈망하고 있는 신입생 표시를 단 생도들의 그룹과 대면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는 무겁게 말했다. “갈매기란 자유라는 무한한 사상이며, 또 말하자면 ‘위대한 갈매기’의 화신으로서 몸 전체가 날개 끝에서 끝까지 너희들이 그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돼.” 젊은 갈매기들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아무래도 이건 공중 회전의 법칙과는 좀 다른 것 같은데’하고 그들은 생각했다.
플레처는 한숨짓고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음, 아…좋아.” 그는 그렇게 말하고, 그들의 능력을 재어 보는 듯한 눈으로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말했을 때, 그는 곧 그 벗이 지금의 자신과 마찬가지로 바로 성자같은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무한하죠, 조나단?’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언제든 훌쩍 당신 쪽의 해변에 모습을 나타내어 어떤 새로운 비행법이라도 피력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군요! 플레처는 자기의 생도들에게 엄격한 교사로 보여지게 행동하려 했지만, 그는 별안간, 한순간일망정 생도들 모두의 본래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꿰뚫어 본 진정한 그들의 모습에 호의 정도가 아닌 사랑마저 느꼈다. 무한하죠, 조나단, 그렇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미소지었다. 완전한 것에의 그의 걸음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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