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3부 [2]

제 3부
[2]

우리는 자유로워. 원하는 곳에 갈 자유가 있고, 거짓없는 자신의 모습으로 있을 자유가 있어.”
조나단은 이렇게 대답하고는 모래사장으로부터 날아올랐다.
그리고 갈매기 떼의 본거지를 향해 동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생도들은 잠시 동안 고민에 잠겼다. 추방당한 갈매기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갈매기 떼의 법률이며, 그 법률은 오늘날까지 1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깨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률은 머무르라고 말하고, 조나단은 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조나단은 앞 바다에 있었다.
만약 더 이상 그들이 출발을 주저하면, 그는 혼자서 적의에 찬 갈매기 떼에게 가게 될 것이다.
“저어, 결국 우리가 이미 그 무리의 일원이 아니라면, 그 법률에 따를 필요는 없잖아?”
플레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말야, 만약 저쪽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이쪽에 있기보다는 저쪽에 있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테고”
그리하여 그들 여덟 마리는 날개 끝이 겹칠 정도로 대를 이룬 다이아몬드 형 편대를 지어, 그날 아침 서쪽에서 날아갔다.
그들은 시속 270킬로미터로 갈매기 떼가 ‘평의 집회’ 장소로 사용하는 해변을 통과했다.
조나단이 앞장을 서고, 그 오른쪽에는 플레처가 유연하게 따르고, 왼쪽에는 헨리가 힘차게 날고 있었다.
이윽고 편대 전체가 오른쪽으로 천천히 횡전했다. 마치 한 마리의 새가 수평비행을 하다가 전회해서 배면 비행, 다시 수평 비행으로 돌아온 것 같다.
갑자기 바람이 으르렁거리며 그들 모두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편대는 마치 거대한 칼처럼 갈매기 떼의 일상적인 소란을 끊어 중단시켜 버렸다.
6천 마리의 갈매기 눈들은 깜박거리지도 않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덟 마리의 새는 한 마리씩 각기 급상승해서 완전 역전을 한 다음, 크게 전회하여 모래사장에 초저속 수직 착륙으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나서, 조나단은 마치 이런 일은 일상 다반사라는 듯한 어조로 그 비행에 대한 강평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합류하는 것이 꽤 늦은 것 같다….”
그들은 추방당한 갈매기다! 그런데 그들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소리가 갈매기 떼 사이를 번개처럼 뚫고 지나갔다.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플레처의 예상은 갈매기 떼의 혼란 속에 사라져 버렸다.
“음, 그건 그래. 좋아, 그들은 틀림없이 추방당한 갈매기야”
젊은 갈매기들 중의 한 마리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봐, 그들은 대체 어디서 저렇게 나는 법을 배웠을까?”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자, 다음과 같은 연장자의 통보가 갈매기 떼에게 전해졌다.
‘그들을 무시하라. 추방당했던 갈매기에게 말을 거는 자는 즉시 추방당할 것이다. 추방당했던 갈매기를 존경하는 자는 우리 떼의 법률을 어긴 것으로 간주된다.’
그 순간부터 회색 깃털을 자진 그 갈매기 떼는 조나단에게 등을 돌렸으나, 그는 그 일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평의 집회’가 열리는 해변 위에서 실습 수업을 열었다. 그리고 이때 처음으로 그는 생도의 능력의 한계까지 억지로 시험하게 했다.
“마아틴!” 그는 하늘을 가로질러 소리쳤다.
“너는 저속 비행을 할 줄 안다고 말했지. 하지만 그걸 증명하기 전에는 다 익혔다고 할 수 없다! 날아 보아라!”
작은 몸집의 얌전한 마아틴 윌리엄은 교사로부터 질책을 받고 깜짝 놀란 나머지 저속 비행의 명수가 되어 버렸다.
아주 가벼운 미풍 속에서도 그는 깃을 커브시켜, 날개 한번 치지 않고 모래로부터 구름까지 올라가고 다시 내려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찰스 롤랜드는 ‘성스런 산바람’이라는 비행을 7천 이백 미터까지 했고, 차갑고 희박한 대기로부터 창백해져서 내려왔다. 그는 놀라고 어이없어 하면서도 기쁨에 넘쳐, 내일은 더 높이 날아오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곡예 비행을 좋아하는 플레처는 16분할 수직 완횡전을 정복했다.
다음날에는 공중 3회전을 더하여 곡예를 완성했다. 그의 깃털은 해변을 향해 흰 태양 광선을 반사시켰다. 그리고 그 해변으로부터 그를 몰래 훔쳐보는 눈은 한둘이 아니었다.
조나단은 매시간 그의 생도들 각자 옆에 붙어서 모범 연기를 보이고 힌트를 주고 강제하고 지도했다. 그는 재미로 생도들과 야간 비행을 하고 구름과 폭풍 속을 날았다.
그 동안 갈매기 떼는 비참하게도 땅에서 법석거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비행이 끝나자, 생도들은 모래 위에서 쉬었다. 이윽고 그들은 전보다 한층 주의깊게 조나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는 생도들이 이해할 수 없는 미친 듯한 생각을 품고 있었지만, 또 한편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생각도 품고 있었다.
점차, 야간에는 다른 원진(圓陣)이 생도들의 주위를 둘러싸게 되었다.
그것은 호기심을 가진 갈매기들의 그룹으로 몇 시간이고 쭉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었다. 서로 남의 얼굴을 보고 싶지도 또 남의 눈에 띄고 싶지도 않은 갈매기들로서 날이 밝기 전에 사라져 버렸다.
갈매기 떼 중의 한 마리가 처음으로 경계선을 넘어와 비행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것은 그들이 돌아온지 한 달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테렌스 로웰은 유죄 선고를 받고 추방자라는 딱지가 붙여졌다.
이리하여 그는 조나단의 여덟 번째 생도가 되었다.
이튿날 밤, 커크메이나드가 갈매기떼로부터 왔다. 그는 왼쪽 날개를 끌며 모래사장을 비틀비틀 건너오더니 조나단의 발밑에 고꾸라졌다.
“도와주세요” 그는 마치 유언이라도 중얼거리듯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의 어떤 일보다도 나는 날고 싶어요…”
“그럼 같이 해봐요”하고 조나단이 말했다.
“땅에서 나하고 같이 날아오르는 거야. 그것부터 시작하지”
“당신은 모르시는군요. 이 날개 말입니다. 이걸 움직일 수 없어요.”
“메이나드, 너는 지금 이 자리에서 진정한 너 자신으로 돌아갈 자유를 얻은 거야. 본래의 너답게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어떤 것도 너를 방해할 수 없어. 그것은 ‘위대한 갈매기’의 법칙, 실재(實在)하는 참다운 법칙이야”
“내가 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겁니까?”
“너는 자유롭다고 말했어”
그 말을 듣고 나더니, 곧 유순하게 또 신속하게 커크메이나드는 힘 안 들이고 날개를 폈다.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로 떠올랐다. 갈매기 떼는 150미터 상공에서 목청껏 큰소리로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날 수 있다! 어이! 나는 하늘을 날 수 있다!”
해가 뜰 무렵에는 거의 1천 마리의 새들이, 조나단의 생도들이 둘러선 바깥쪽에 서서 메이나드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동료들이 자기를 보든 말든 개의치 않고, 조나단의 말을 이해하려고 귀를 기울였다. 
그는 아주 단순한 것을 말했다. 즉 갈매기에게 있어서 나는 것은 정당한 일이고, 자유는 갈매기의 본성 그 자체이며, 그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의식이든 미신이든, 또 어떤 형태의 제약이든 파기해야 한다고.
“파기해도 됩니까?”하고 군중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말했다.
“그것이 비록 갈매기 집단의 법률일지라도?”
“진정한 법률이라는 것은 자유에로 인도해 주는 것뿐이야.”
조나단이 말했다. “그 이외의 법률은 없어.”
“어떻게 당신은 우리도 당신처럼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당신은 다른 새와는 바탕이 달라요. 특이하고 재능 있고, 신성한 갈매기가 아닙니까.”
“플레처를 보시오! 로웰을! 찰스 폴랜드를! 주디 리를 보시오! 그들도 모두 특이하고 재능 있는 갈매기인가요? 당신들과 같아요. 나와도 같아요. 한 가지 다른 점은, 그들은 진정한 자기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을 위해 연습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는 것 뿐이요.”
플레처 이외의 생도들은 불안스레 몸을 움직였다. 그들은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이 그런 것이라고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여드는 갈매기의 수는 매일같이 늘어났다. 질문을 하려 오는 자도 있고, 도망하여 찾아오는 자도 또 비웃으러 오는 자도 있었다.

“갈매기 떼 사이에는 당신이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어느 날 아침 상급 스피드 연습을 끝낸 다음, 플레처가 조나단에게 말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1천 년이나 앞선 갈매기라는 거예요.”
조나단은 한숨을 쉬었다.
오해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소문이라는 것은 누구를 악마로 만들거나 신으로 받들거나 둘 중의 하나지.’
“너는 어떻게 생각해, 플레처. 우리는 시대보다 1천 년이나 앞선 갈매기일까?”
긴 침묵이 흘렀다.
“글쎄요. 이런 비행법은 그것을 발견하려고 하는 새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예요? 그런 시대와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 유행을 앞지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갈매기들의 나는 법보다 앞서 있으니까요.”
“그런 거겠지”
조나단은 횡전하고, 한참 동안 배면 활공을 계속 하면서 말했다.
“그 편이 시대에 앞서 있다는 말을 듣기보다 훨씬 낫군”

꼭 1주일 후의 일이었다.
플레처는 신입생 클라스에서 고속 비행의 초보원리를 시험해 보이고 있었다. 2천 1백 미터 상공에서 급강하해 지상과 평행으로 방향을 돌리자마자 모래사장의 불과 몇 센티미터 위를 기다란 회색 선이 되어 맹렬히 돌진해 갔다.
그때, 처음 나는 어린 갈매기가 엄마를 부르며 마주 그의 진로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10분의 1초 동안에 그 어린 새를 피하려고 조나단은 왼쪽으로 급선회했다.
그 순간 그는 시속 320킬로미터를 조금 넘는 스피드로 단단한 화강암 벼랑에 부딪쳤다.
그에게 있어, 그 바위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거대하고 견고한 문 같은 것이었다.
격돌하는 순간 공포와 충격과 암흑이 작렬하더니 이윽고 그는 본 일도 없는 기이한 하늘을 표류하고 있었다. 의식을 잃었다가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왔다가, 또 의식을 잃었다가 하면서. 불안하고 슬프고 분했다. 몹시 분했다. 이윽고 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은 그가 조나단 리빙스턴을 처음 만난 날 들은 목소리였다.
“중요한 일이야. 플레처, 우리가 순서를 따라 참을성 있게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말야. 바위를 관통하는 비행법과 같은 일은 좀더 과정이 지난 후에 하면 어때?”
“조나단!” “또 하나의 이름은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인가.” 조나단은 말했다.
“이런 데서 무얼 하고 계세요? 벼랑! 나…. 나는….. 죽어 버리지 않았나요?”
“아, 플레처, 자, 생각해 봐. 지금 네가 내게 말하고 있으니 틀림없이 너는 살아 있는 거야, 그렇지? 네가 어떻게든 해낸 일은 자신의 의식 수준을 아주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방법이었던 거야. 자, 이제부터 너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돼. 여기 머물러 이 수준에서 배워도 좋고, 또 처음 장소로 돌아가서 갈매기 떼를 상대해도 좋아. 덧붙여 말해 두지만, 여기는 네가 떠나 온 곳보다 훨씬 높은 장소야. 연장자들은 어떤 큰 불행이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데, 네가 그들을 위해 이렇게 고마운 일을 해주어서 그들은 놀라고 있어.”
“물론, 나는 갈매기 떼한테 돌아가고 싶어요. 신입생 그룹의 수업을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요.”
“좋아, 플레처. 기억하고 있나? 우리의 육체는 생각 그 자체이며, 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그에 대해 함께 얘기하곤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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