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2부 [2]

제 2부
[2]

어느 날 저녁때의 일이었다. 
야간 비행을 하지 않는 갈매기들은 모래 위에 모여서 사색에 잠겨 있었다. 조나단은 있는 용기를 다해 노선배 갈매기에게 다가갔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곧 이곳을 떠나 한층 위의 세계로 옮아가게 될 것이라는, 치앙이라는 이름의 갈매기이다.
“치앙…..”하고 그는 약간 두려운 듯한 어조로 말했다. 늙은 갈매기는 다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뭐지?” 이 노선배는 나이를 더함에 따라 노쇠하기는커녕 도리어 높은 능력을 더해 가고 있었다. 
그는 갈매기 떼 중의 어떤 갈매기보다도 빠르게 날 수 있었고, 다른 갈매기들이 겨우 배우기 시작한 기술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치앙, 여기는 천국이 아니죠, 그렇죠?”
노선배는 달빛 속에서 미소지었다.
“꽤 알게 된 것 같군, 조나단.”
“이 생활 다음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천국이라는 곳이 사실은 아무데도 없는 것 아니예요?”
“맞았어 조나단, 그런 곳은 없어. 천국이란 장소나 시간이 아니라 완전한 경지를 가르키는 것이니까.” 
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물었다.
“너는 굉장히 빠르게 날지. 안 그래?”
“나는….. 나는 다만 스피드를 좋아해요.”

 조나단은 대답했다.
노선배가 자기를 알아주었다는데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또 자랑스런 기분이기도 했다.
“알겠니, 조나단? 네가 정말 완전한 스피드에 이르렀을 때, 너는 바로 천국에 닿으려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완전한 스피드라는 건 시속 수천 킬로미터로 나는 일도, 백만 킬로미터로 나는 일도, 또 빛의 속도는 나는 일도 아니야. 왜냐하면 아무리 숫자가 커져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완전한 것은 한계가 없지. 완전한 스피드란, 알겠니, 그건 곧 거기에 있다는 거야.”
뜻밖에 치앙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별안간 150미터쯤 떨어진 바닷가에 나타났다.
섬광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다시금 그의 모습은 사라져서 아까처럼 1천분의 1초 동안에 조나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어때 재미있지?”하고 그는 말했다. 조나단은 현기증을 느꼈다. 천국에 관해 물어 볼 셈이지만 완전히 잊어버렸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 느낌이 어떠세요? 그 방식으로 얼마나 멀리 날 수 있어요?”
“어디에든 언제든 바라는 대로 갈 수가 있어”
노선배는 말했다.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그리고 언제라도 갔었지”
그는 바다 저쪽을 바라보았다.
“묘한 일이야. 이동하는 일밖에 염두에 없고, 완전할 걸 경멸하고 있는 갈매기들은 느려서 아무데도 못가. 완전한 것을 구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들은 순식간에 어떤 곳이든 가거든. 기억해 두어라, 조나단. 천국이란 장소가 아니다. 시간도 아니다. 왜냐하면 장소나 시간 자체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야. 천국이란…..”
“아까처럼 나는 법을 나한테 가르쳐 주실 수 있어요?” 
조나단은 또 하나의 미지의 세계를 정복하고 싶어 몸을 떨었다.
“좋아, 네가 배우고 싶다면”
“배우고 싶어요. 언제부터 시작해 주시겠어요?”
“너만 괜찮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조나단은 말했다. 이상한 광채가 그의 눈 속에서 빛났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치앙은 천천히 말했고, 자기보다 젊은 갈매기를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생각한 순간 그곳에 날아가기 위해서는, 이것은 즉 어떤 곳에든지 날아간다는 말이 되는데, 그러려면…” 하고 그는 말했다.
“우선 자기는 이미 거기 도달해 있다는 것을 앎으로써 시작하지 않으면 안 돼….”
치앙은 말하는 바에 의하면, 순간 이동의 비결은 우선 조나단 자신이 자기를 한정된 능력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육체 속에 갇힌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 있었다.
고작 1미터 남짓한 날개 길이와 겨우 비행 지도에나 써넣을 정도의 비상력 밖에 없는 갈매기의 육체에 마음을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본래의 자기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숫자가 한계를 갖지 않듯이 무한히 완전한 것이며, 시공을 초월하여 어떤 장소에나 즉시 도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치앙은 말하는 것이었다.
조나단은 날이면 날마다, 해 뜨기 전부터 자정이 지나도록 맹렬히 열중했다. 그리고 온갖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 있는 지점에서 깃털 폭만큼도 이동할 수 없었다.
“믿음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어”
치앙은 이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날기 위해 신조는 필요없다는 걸 알아둬. 지금까지 네게 필요했던 것은 난다는 데 대한 이해뿐이야. 이번도 그와 똑같은 일이야. 자, 그럼 다시 한번 해봐”
그러던 어느날, 조나단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며 해변에 서 있을 때, 별안간 뭔가 마음에 번뜩였다. 그는 지금까지 치앙이 무슨 말을 해왔는가를 퍼뜩 깨달았다.
“그래, 정말 그렇다! 나는 완전한 갈매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갈매기로서 여기 있다!”
그는 격렬한 충격 같은 기쁨을 느꼈다.
“좋아!” 치앙이 말했다. 
그 목소리 속에는 무엇인가를 성취한 밝음이 깃들어 있었다. 조나단은 눈을 떴다. 그는 노선배와 단둘이서 아까와는 전혀 다른 해변에 서 있었다.
숲은 물 가장자리까지 들어차 있고, 두 개의 노란 태양이 머리 위를 돌고 있다.
“마침내 체득했군” 치앙이 말했다.
“그러나 좀더 콘트롤을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조나단은 어리둥절했다.
“대체 여기가 어딥니까?”
주위의 기이한 광경에는 아무 관심도 나타내지 않고, 노선배는 그의 질문을 간단히 받아넘겼다.
“우리는 어떤 혹성 위에 있어. 초록 하늘, 태양 대신에 쌍자성, 틀림없어”
조나단은 환희에 넘쳐 소리쳤다.
“그럼, 물론 너는 해낸거야, 존.”
치앙이 말했다. 그가 땅을 떠나 온 이래, 처음 지른 소리였다. “해냈다!”
“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정말 알 때는 언제든 되는 거야. 자, 그럼 다음에는 콘트롤의 문제인데…”
그들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다른 갈매기들은 그 금빛 눈에 외경의 빛을 띠고 조나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조나단이 그토록 오래 뿌리가 내린 듯이 못박혀 있던 장소로부터 사라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동료의 축복의 말이 짐스러워 잠시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여기서는 신참자예요. 나는 이제 겨우 공부를 시작했을 뿐이예요! 나야말로 당신들한테서 배워야 하는데!”
“그건 그렇지 않을 거야”하고 옆에 있던 셜리반이 말했다.
“존, 너처럼 배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갈매기를 나는 과거 1만 년 동안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어”
모두 조용했고, 조나단은 몸둘 바를 몰라 우물쭈물 했다.
“네가 원한다면 시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도 좋아”
치앙이 말했다.
“그러면 너는 과거와 미래를 자유로이 비행할 수 있게 돼. 그리고 거기까지 가면 너는 가장 어렵고, 가장 강력하고, 또 가장 즐거운 모든 일을 다룰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는 그때보다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하고, 또 우아함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는 준비가 완료되는 셈이지”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아니, 한 달이라고 느껴졌을 뿐인지도 모른다.
조나단은 놀라운 속도로 배워 갔다. 그는 지금까지 언제나 일상의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경험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재빨리 배워 왔는데, 바야흐로 노선배 자신의 특별 지도를 받는 몸이 된 뒤로는, 그는 마치 깃이 달린 유선형 컴퓨터처럼 새로운 생각을 순식간에 흡수해 갔다.
그러나 이윽고 치앙이 사라져 버리는 그날이 왔다. 그는 모두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모든 생활의 숨겨진 완전한 원리를 조금이라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연구와 연습과 노력을 결코 중단해서는 안된다”라고 그는 당부했다.
이윽고 이야기해 감에 따라 그의 깃이 더욱더 빛나더니 마침내 아무도 그를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되어 갔다.
“조나단”하고 그는 말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더욱 타인을 사랑하도록 힘써라, 알겠지”
그들이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치앙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날이 감에 따라, 조나단은 자기가 떠나 온 지상의 일을 이따금 생각하고 있음을 알았다.
만약 그가 여기서 배운 것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이라도 저쪽에서 알고 있었다면 저쪽 생활은 얼마나 풍부했겠는가!
그는 모래 위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저쪽에도 자기의 한계를 깨뜨리려고 고투하고 있는 갈매기가 있지 않을까. 비행을 보우트로부터 나오는 빵 부스러기를 얻기 위한 이동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나는 일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고 고투하고 있는 그런 갈매기가 있지 않을까.
어쩌면 갈매기 떼 앞에서 자기의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추방당한 갈매기가 있을는지 모른다. 우아함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또 사랑의 의미를 알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조나단은 더욱더 지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조나단은 지금까지 외롭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면서부터 교사가 되도록 운명지어져 있었기 때문이며, 또 혼자 힘으로 진실을 발견할 기회를 찾고 있는 갈매기에 대해서 이미 자기가 발견한 진실의 몇 분의 1이라도 나누어주는 일이야말로 자기의 사랑을 증명하는 그 나름의 방식같이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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