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2부 [1]

제 2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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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천국인가 하고 그는 생각하고, 그리고 그런 자신에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별안간 날아올라 들어선 순간에 천국을 이러쿵저러쿵 말한다는 것은 별로 예의바른 일이 못 될 듯하다.
그는 방금 지상에서 구름 위로 빛나는 갈매기들과 똑바로 편대를 지어 올라왔는데, 문득 알고 보니 그 자신의 몸도 다른 두 갈매기들처럼 점차 빛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로 거기에는 금빛 눈을 반짝이며 열성적으로 살고 있었던 그 젊은 조나단의 모습이 있었다. 하긴 겉모양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지만. 모습은 갈매기의 모양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나는 방식은 달랐다. 이미 이전의 그보다도 훨씬 훌륭히 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왜 그럴까! 왜 절반쯤밖에 힘을 내지 않는데, 지상에서의 자기 전성 시대보다도 배나 빠르고 훨씬 선명하게 날수 있는 것일까!
그의 깃털은 이제 순백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양쪽 날개는 잘 닦은 은처럼 매끄럽고 완벽했다. 그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이 새로운 날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가속시킬 수 있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시속 400킬로미터에 이르자, 그는 이제 자기가 수평 비행의 한계 속도에 접근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440킬로미터쯤에 이르자, 그것이 새로운 자기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임을 알고 약간 실망했다. 이 새로운 육체가 해낼 수 있는 스피드에는 역시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옛 수평 비행 때의 최고 기록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해도 여전히 거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을 돌파하려면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
천국에는 한계 따위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갑자기 구름이 갈라지고, 호위역 갈매기가 말했다. 
“무사히 착륙하길 빈다, 조나단.”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바다를 건너 톱니 모양의 해안선을 향해 계속 날아갔다. 웬일인지 벼랑 위에서 상승 기류를 타고 날아오르는 갈매기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북쪽 수평선 근처에 약간의 갈매기들이 날고 있을 뿐이다. 기이한 풍경이었다. 뜻하지 않은 생각이 마음을 혼란시키고, 새로운 의문이 끓어올랐다. 왜 갈매기가 이렇게 적을까? 천국에는 갈매기가 군집해 있어야 했는데! 그리고 나는 왜 이처럼 금새 피로할까? 그러나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 땅에서의 생활에 대한 기억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물론 땅은 그가 많은 것을 배운 곳이지만 세밀한 점은 흐릿했다. 뭔가 먹이를 잡기 위해 싸운 일이라든지, 추방의 괴로움을 맛본 일들도….
열 두 마리의 갈매기가 해안선이 있는 데까지 그를 마중하기 위해 나타났다.
어느 갈매기나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환영받고 있는 듯하다는 것, 그리고 여기야말로 자기의 진정한 고향이라는 것을 곧 느꼈다. 그것은 실로 굉장한 하루였다. 그날 아침, 언제쯤 해가 떴는지조차도 이미 기억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해안에의 착륙 태세로 옮아갔다. 날개를 치며 지상 몇 센티미터 되는 곳에서 정지한 뒤 가볍게 모래 위에 내려앉았다.
다른 갈매기들도 이어 착륙했는데, 그들은 단 한 마리도 깃을 치지 않았다.
그들은 흐르듯 수월히 바람을 타고, 빛나는 날개를 펴서 어떤 방법으로 깃의 커브 각도를 바꾸었으며, 발이 땅에 닿는 것과 동시에 정지했다. 실로 훌륭한 콘트롤이었지만, 지금의 조나단은 그걸 시험해 보기에는 이미 너무 피곤했다. 그는 해안의 그 장소에 선 채로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조나단은,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그의 일생에 있었던 것만큼 비행에 관해 배울 것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의 것과는 달랐다. 여기에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갈매기들이 있었다. 그들 각자에게 있어 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제일 해보고 싶은 것을 추구하여, 그것을 완성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늘을 나는 일이었다.
그들은 모두 참으로 훌륭한 새들이었고 매일같이 비행 연습을 계속하며 더욱 앞선 고등 비행법의 테스트를 되풀이하며 지냈다.
조나단은 오랫동안 자기가 떠나 온 세계의 일을 잊고 있었다.
그곳은 갈매기 떼가 비상(飛翔)의 기쁨에 대해 완고히 눈을 감고, 먹이를 찾아 그것을 서로 빼앗기 위해서만 그 날개를 사용하며 살고 있는 세계이다.
그러나 때때로, 순간적이긴 했지만, 그 세계의 일이 마음을 스치는 적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날개를 접은 채 급회전하기 수업을 끝내고, 해변에서 쉬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는 교사 셜리반과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문득 옛일을 생각해 냈다.
“모두들 어디 있어요, 셜리반?” 그는 말없이 물었다.
이미 그는 꽥꽥거리는 갈매기 말 대신 이곳 갈매기들이 사용하는 간단한 마음의 대화법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왜 여기에는 동료들이 이렇게 적어요? 내가 성장한 곳에는….”
“…..수천 수만 마리의 갈매기가 있단 말이지? 알고 있어.” 셜리반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 해답은 말야, 조나단. 너는 아마 백만 마리 중의 하나인 희귀한 새라는 거야. 여기 있는 갈매기들 대부분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려 이곳에 왔어. 하나의 세계에서 그것과 거의 똑같은 또 하나의 세계로 천천히 옮겨왔어. 그리고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금방 잊어버리며, 앞으로 어디로 향해 갈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단지 그 순간의 일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어. 인생에는 먹기, 다투기, 또는 권력 싸움 따위 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비로소 깨달을 때까지, 갈매기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지내와야 했던 것일까. 넌 그걸 알 수 있지? 몇 천 년, 몇 만 년이라는 세월이야! 그리고 또 이 세상에 완전무결이라 할 수 있는 지복의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기까지 다시 100년의 세월이 걸리고, 그리고 마침내 우리 생의 목적이 그 완전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가하기까지는 또 100년이 필요했던 거야. 물론 똑같은 말을 지금의 우리에게도 할 수 있지. 우리는 여기서 배우고 있는 것을 통해서 다음의 새로운 세계를 선택하는 거야. 만약 여기서 아무것도 안 배우면, 다음 세계도 똑같은 것이 돼. 그것은 즉 극복해야 할 한계, 제거해야 할 납의 중하를 그대로 이끌고 가는 일이야.”
그는 날개를 펴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존, 너는 말이지….”하고 그는 말했다.
“굉장히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배워 버렸기 때문에 여기 오는 데 몇 천 년이나 걸리지 않아도 되었어.” 
그들은 곧 또 하늘로 날아올라 훈련을 시작했다. 편대를 지은 채로 분할 회전하는 것은 몹시 어려웠다. 왜냐하면 뒤집혀져 있는 동안 조나단은 상하의 관념을 반대로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즉 날개를 굽힐 때도 보통과는 반대로 하고, 교사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정확히 반대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해봐” 셜리반은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다시 한번.”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좋아” 그 다음 그들은 공중 곡예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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