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4장.

4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노랑 애벌레는 줄무늬 애벌레가 없어서 쓸쓸했습니다.
그녀는 날마다 그를 찾으러 그 기둥으로 기어갔다가는 밤이 되면 슬픈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어쩌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를 발견했더라면 그래서는 안되는 것을 알면서 그를 따라 뛰어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이렇게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느니 차라리 무엇이든 아무 것이나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내가 정말로 원하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그녀는 한숨지었습니다.
「순간 순간 원하는 것이 바뀌는 것 같으니, 참. 그러나 틀림없이 무언가 그 이상의 것이 있을 거야.」
마침내 그녀는 무감각 상태가 되어 친숙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는 날 늙은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놀랐습니다.
그는 무슨 털 뭉치에 꼼짝없이 잡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무슨 사고가 생긴 것 같은데 도와 드릴까요?」 하고 그녀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괜찮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만 돼.」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비! – 바로 그 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발 말해 주세요 네, 나비가 무엇이지요?」
「그것은 네가 되어야 할 바로 그것이야. 그것은 아름다운 두 날개로 날아다니며 하늘과 땅을 연결시켜 주지. 
  
그것은 꽃에 있는 달콤한 이슬만을 마시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운반해 준단다.」
「나비가 없으면 세상에는 곧 꽃이 없어지게 될 거란다.」  
「그럴 리가 없어요」 하고 노랑 애벌레가 숨을 할딱이며 말했습니다.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단지 솜털투성이의 한 마리 벌레뿐인데  나의 내부에 그리고 당신의 내부에 한 마리의 나비가 들어 있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어요?」
「어떻게 나비가 될 수 있나요?」 하고 그녀는 생각에 잠겨 물었습니다.

「한 마리 애벌레의 상태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절실히 날기를 원할 때 가능한 일이란다.」
「<목숨을 버리라>는 말씀인가요?」 하고 노랑 애벌레가 물었습니다.
하늘로부터 떨어진 그 세 마리의 애벌레가 생각났습니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단다. 너의 <겉모습>은 죽어 없어질 것이지만 너의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란다. 삶에 변화가 온 것이지, 목숨을 앗긴 것이 아니야. 나비가 되어 보지도 못하고 죽어 버린 그 애벌레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지.」 그가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내가 한 마리 나비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요?」 하고 노랑 애벌레가 주저하며 물었습니다.
「나를 잘 보아라. 나는 지금 고치를 만들고 있단다. 내가 마치 숨어 버리는 것같이 보이지만, 고치란 피해 달아나는 곳이 아니란다. 변화가 일어나는 잠시 머무는 여인숙과 같은 거야. 애벌레의 삶으로 결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니까,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도약이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동안 너의 눈에는 혹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누구의 눈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나비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란다.
오직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뿐이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또 다른 것이 있지! 일단 네가 한 마리의 나비가 되면 너는 <참된>사랑을 할 수가 있단다. 새로운 삶을 탄생케 하는 그런 사랑을.  그것은 애벌레들이 할 수 있는 온갖 포옹보다 훌륭한 것이지.」「아, 달려가서 줄무늬 애벌레를 데려와야겠어요.」 하고 노랑 애벌레가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슬프게도 그가 저 더미 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찾을 수 없을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슬퍼하지 말아라. 네가 만약 나비로 변한다면 너는 날아가서 나비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그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겠지. 그러면 그도 나비가 되고 싶어할 것이야!」 하고 이 새로운 친구가 말했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돌아왔을 때 내가 거기 없으면 어쩌나? 그가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지? 그냥 애벌레의 상태로 머물러 있겠다고 하면 어쩌나?
우리는 애벌레로서 적어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지 않은가 – 기어다닌다거나 먹는다거나 하는 것을.
<어떤>식으로든 사랑을 할 수도 있고. 두 개의 고치가 과연 함께 있을 수 있을까? 고치 속에 갇히게 된다는 건 끔찍한 일이야!」
날개를 가진 화려한 존재로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어떻게 자신의 단 하나분인 삶을 걸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이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 자신의 고치를 만들만큼 확신에 차 있는 한 마리의 애벌레를 보면서.
– 또한 그녀로 하여금 그 기둥을 멀리하게 만들었고 그리고 나비에 관해 들었을 때 가슴을 뛰게 했던 그 야릇한 희망을 간직한 채.
늙은 애벌레는 비단실로 계속 자신을 덮어 갔습니다.
그는 마지막 실을 뽑아 머리를 감아 덮으면서 소리쳤습니다.
「너는 한 마리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다 – 우리는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게다!」
그래서 노랑 애벌레는 나비가 되는 모험을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용기를 얻기 위해서 그녀는 그 고치 바로 옆에 매달려서 자신의 실을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나, 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제대로 되는 것 같아서 기운도 나고. 나의 내부에 고치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들어 있다면 – 나비가 될 수 있는 자질도 어쩌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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