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2장.

2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 뛰어들어 얼마 동안 더미 속에서 보고 당한 것은 충격적인 사태였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사방으로부터 밀리고 채이고 밟히고 했습니다.
밟고 올라서느냐 밟히느냐였습니다…
그는 밟고 올라섰습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뛰어든 더미 속에는 이제 친구란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료들이란 다만 하나의 위협이요 장애물일 뿐이었으며 그는 그들을 발판으로 삼고 기회로 이용할 따름이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올라가겠다는) 이러한 외곬의 생각이 정말 도움이 되어서 
그는 상당히 높이 올라온 것 같은 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자기의 자리를 간신히 지키고 잇는 것이 고작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이럴 때에는 그의 내부에서 불안의 그림자가 그를 괴롭혔습니다.
「꼭대기에는 무엇이 있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잇는 것이지?」하고 그 그림자는 속삭였습니다. 
몹시 화가 치밀어오른 어는 날 줄무늬 애벌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 (그 불안의 그림자에게) 꽥 고함을 질러 버렸습니다.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생각해 볼 틈도 없고!」
이 때 그가 밟고 잇던 작은 노랑 애벌레가 숨을 할딱이며 물었습니다.
「지금 무어라고 했니?」
「혼잣말을 하고 있었어. 뭐 별로 중요한 건 아니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었어.」 
줄무늬 애벌레는 얼버무렸습니다.
「나도 말야,」 노랑 애벌레가 말했습니다.
「그것이 궁금했거든, 그렇지만 알아낼 도리도 없고 해서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렸어.」 
이러한 자신의 말이 바보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디고 가고 있는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걸 보면 틀림없이 그 곳은 좋은 곳일 거야.」 그녀는 다시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꼭대기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
줄무늬 애벌레는 엄숙하게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이 밑바닥도 아니고 그렇다고 꼭대기도 아니니 우리는 지금 중간쯤에 있는 것이겠지, 뭐.」
「정말 그렇겠네」 하고 노랑 애벌레가 말했습니다.
그들은 다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줄무늬 애벌레에게는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그는 이제 어떻게 해서든지 꼭대기에 올라가겠다는 외곬의 집념을 잃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내가 방금 이야기를 나눈 애벌레를 어떻게 밟고 올라설 수 있단 말인가?」
줄무늬 애벌레는 되도록 노랑 애벌레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올라가는 유일한 통로를 막고 서 있는 그녀와 만나고 말았습니다.
「자, 네가 올라가느냐 내가 올라가느냐 이거다」 라는 말과 함께 그는 단호하게 그녀의 머리를 밟고 올라섰습니다.
자기를 바라보는 노랑 애벌레의 시선에서 그는 자기 자신이 무서운 놈이구나 하는 그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 꼭대기에 무엇이 있든 – 과연 이런 행동을 할 가치가 있단 말인가.」
줄무늬 애벌레는 밟고 있던 노랑 애벌레로부터 기어 내려와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미안해.」
그러나 노랑 애벌레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혼잣말을 하고 있던 너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저 위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지금의 이 삶을 참을 수 있었어. 그런데 그 뒤부터는 내 생각에서 그런 희망은 떠나가 버렸고 –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자신이 이러한 삶을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었어. 그러나 지금 나를 바라보는 너의 그 다정한 눈빛 속에서 나는 자신이 이 삶을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어.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너와 함께 기어다니거나 풀을 먹는 그런 일이야.」
줄무늬 애벌레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모든 것이 다르게 생각되었습니다.
그 기둥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어」 하고 그가 속삭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올라가는 일의 표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 어려운 결단이었습니다.
「얘, 노랑 애벌레야, 어쩌면 우리는 꼭대기에 가까이 와 있는지도 모르잖아. 서로 도와주면 곧 꼭대기에 도달할지도 모르잖아.」
「그럴지도 모르지」 하고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것이 그들의 가장 큰 소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내려가자」 고 노랑 애벌레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제 그들은 올라가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애벌레들이 그들을 밟고 올라왔기 때문에 서로 꼭 껴안았습니다.
질식할 것 같았지만 그들은 행복했고 아무도 그들의 눈과 배를 밟을 수 없도록 큰 공처럼 둥글게 뭉쳐 있었습니다.
그들은 꽤 오랫동안 그냥 그렇게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들은 자신들의 등을 밟고 기어가는 것이 이제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동그랗게 뭉쳤던 몸을 펴고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애벌레 기둥 옆에 나와 있었습니다.
「야, 줄무늬야.」 노랑 애벌레가 불렀습니다.
「야, 노랑 벌레야.」 줄무늬가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신선한 푸른 풀밭으로 기어가서 먹고는 낮잠을 잤습니다.
잠들기 바로 전에 줄무늬는 노랑 벌레를 껴안았습니다.
「이렇게 같이 있는 것은 그 무리 속에서 밟히고 짓눌려 있는 것과는 영 다른데!」
「정말 그래!」
그녀는 미소를 짓고 그리고 눈을 감았습니다.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