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6장.

6장

그는 방향을 바꾸어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몸을 도사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온 몸을 쭉 펴고 모든 애벌레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았습니다. 
그는 눈들이 각기 다 다르면서 그토록 아름다운 것에 놀랐고, 과거에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 또한 놀랐습니다.
그는 애벌레 하나 하나에게 속삭여 주었습니다.
「내가 꼭대기까지 갔었는데, 그기에는 아무 것도 없어.」
거의 아무도 그의 말을 주의해 듣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올라가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습니다.
한 애벌레가 말했습니다.
「공연히 샘이 나서 그러는 거지.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서.」
그러나 몇몇 애벌레는 그 소리에 충격을 받았고 그의 말을 좀더 잘 들으려고 올라가던 걸음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그들 중 하나가 고뇌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더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 우리는 달리 어쩔 도리가 없지 않아?」

줄무늬 애벌레의 대답은 이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줄무늬 자신도 놀랐습니다.
「우리는 <날 수> 있단 말야! 우리는 <나비가 될 수> 있는 거야!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어. 그러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단 말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 자신의 말속에서 그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날 그가 높이 올라가려는 본능을 엉뚱한 것으로 잘못 생각했다는 사실을.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어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자기 내부에 나비가 들어 있을 것이라는 기쁨에 취해서 모든 애벌레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반응은 전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들의 눈동자에 어려 있는 두려움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들으려 하지도 않고 혹은 대꾸를 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즐겁고 영광스러운 새로운 사실은 감당하기 벅찬 것이었고 – 도저히 사실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행여 정말 사실이 아니라면? 
그 기둥에 비쳐 왔던 희망의 빛은 사라졌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비현실적인 것 같았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먼 것만 같았습니다.
나비에 대한 꿈도 점점 희미해져 갔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덜컥 의심이 났습니다.
그 기둥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는 굼틀거리며 나아갔습니다 – 자신없이 – 맹목적으로.  (나비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았지만, 믿을 수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애벌레가 빈정거렸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무턱대고 믿을 수 있니? 땅에 있으면서 기어오르는 게 우리들의 삶이야. 우리들의 모습을 암만 들여다보아라! 우리들의 내부에 나비가 들어 있을 법이나 하냐. 최선을 다해서 애벌레의 삶이나 즐기는 거야!」
「어쩌면 그가 옳은지도 몰라. 나는 무슨 증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면 그것이 절실히 필요하니까 내가 단지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단 말인가?」 하고 줄무늬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아픈 가슴을 안고 자기의 속삭임을 들어 줄 만한 눈동자를 찾으면서 계속해서 내려왔습니다.
「나는 나비를 보았어 – 삶에는 무엇인가 보다 충만된 것이 있는 거야.」
어느 날 -드디어 -그는 밑에까지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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