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4장.

2002/01/13 23:15 -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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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해서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어린 왕자가 태어난 별이 겨우 집 한 채보다도 클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지구,목성,화성,금성, 이렇게 이름이 붙은 큰 떠돌이 별들 외에도 아주 작아서 망원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다른 별들이 수백 개도 더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천문학자가 이런 별을 하나 발견하면 이름 대신 번호를 붙여 준다. 이를테면, "소혹성 3251호"라는 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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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왕자가 소행성 B612호에서 왔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소행성은 1909년 터어키의 어느 천문학자가 단 한 번 망원경으로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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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 천문학자는 국제 천문학회에서 자기가 발견한 것에 대해 어마어마한 발표를 했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었다.

어른들은 언제나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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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B612호의 명성을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스럽게 터어키의 한 독재자가 그의 백성들에게 유럽식으로 옷을 입으라고 명령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아주 맵시 있는 옷을 입고 발표를 다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들 그의 말을 믿었다.

내가 소행성 B612호에 대해 이런 세세한 이야기를 늘어 놓고, 그 번호까지 분명히 말해 두는 것은 다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도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 애의 목소리는 어떠냐? 그 애도 나비를 채집하느냐?" 절대로 이렇게 묻는 법이 없다."그 앤 나이가 몇이지? 형제들은 몇이나 되고?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진 얼마나 버니?" 항상 이렇게 묻는다.

만일 여러분들이 "나는 아주 아름다운 장미빛 벽돌집을 보았어요. 창문에 제라늄이 있고,지붕 위에 비둘기가 있고....." 
이런 식으로 어른들에게 말한다면, 어른들은 그 집을 상상해 내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겐 "나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그들은 소릴 친다.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래서, "어린 왕자가 매혹적이었고, 웃었고, 양 한 마리를 가지고 싶어했다는 것이 그가 이 세상에 있었던 증거야. 어떤 사람이 양을 갖고 싶어한다면 그건 그가 이 세상에 있는 증거야" 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 하고는 여러분을 어린아이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떠나온 별은 소혹성 B612호입니다"라고 말하면 수긍을 하고 더 이상 질문을 해대며 귀찮게 굴지도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언제나 이렇다. 그들을 탓해서는 안된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을 아주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

그러나 삶을 이해하고 있는 우리들은 숫자 같은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동화 같은 식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옛날에 저보다 좀더 클까 말까 한 별에서 살고 있는 어린왕자가 있었는데, 그는 친구가 갖고 싶어서....."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식의 이야기가 훨씬 더 진실하게 보였으리라.

그러나 내가 그렇게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 책을 가볍게 읽어 버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추억을 이야기 하려니 온갖 슬픈 생각이 다 떠오른다. 내 친구가 양을 가지고 떠난 지도 어언 육 년이 되었다. 내가 여기에다 그 모습을 그리려고 애를 쓰는 것은 그애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친구를 잊어 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니까. 누구나 다 친구를 가져보는 것은 아니다. 그를 잊는다면 나는 숫자밖에 흥미가 없는 어른들과 같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림물감 한 상자와 연필을 산 것은 이런 까닭에서였다. 내 나이 여섯 살 적에 속이 보이는 보아뱀과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의 그림 외에는 전혀 손대 보지 못한 내가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시작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나는 물론 힘이 닿는  한 그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초상화를 그리려고 노력하겠다. 그러나 성공할 수 있을는지 정말 자신이 없다. 어떤 그림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어떤 그림은 아주 다른 것이 돼 버린다. 키를 어림잡는 데도 좀 서투르다.여기서는 어린왕자가 너무 크고 저기서는 너무 작다. 그의 옷 색깔에 대해서 역시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되건 안 되건 이럭저럭 더듬어 본다. 아주 중요한 부분에 가서 잘못을 저지를 것만 같다. 그래도 나를 용서해 주어야 한다. 내 친구는 설명을 해 주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자기와 비슷하리라고 생각했던가 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상자를 통하여 그 속에 있는 양을 볼 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조금씩 어른들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 아마 늙어 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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