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7장.

2002/01/13 23:10 -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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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되는 날, 역시 양의 덕분으로 어린 왕자의 생활의 비밀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그가 불쑥, 오랫동안 혼자 어떤 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던 끝에 튀어나온 말인 듯 나에게 물었다.

"양은 작은 나무를 먹으니까 꽃도 먹겠지?"

"양은 닥치는 대로 먹지."

"가시가 있는 꽃도?"

"그럼. 가시가 있는 꽃도 먹고 말고"

"그럼 가시는 어디에 소용되지?"

나 역시 그것은 알지 못했다. 나는 그때 내 모터의 볼트가 너무 꼭 죄어 있어 그것을 빼내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비행기의 고장이 매우 중대한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먹을 물이 바닥이 드러나고 있어 최악의 상태를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에 나는 무척 불안했던 것이다.

"가시는 무엇에 소용되는 거지?"

어린 왕자는 한 번 질문을 했을 때는, 결코 포기한 적이 없었다. 나는 볼트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므로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대답해 버렸다.

"가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어. 꽃들이 공연히 심술을 부리는 거지!"

"그래!"

그러나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어린 왕자는 원망스럽다는 듯 나에게 이렇게 톡 쏘아 붙였다.

"그건 거짓말이야! 꽃들은 연약해. 순진하고, 꽃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있으면 무서운 존재가 되는 줄로 믿는 거야......"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이 볼트가 끝내 말썽을 부리면 망치로 두들려 튀어나오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또다시 내 생각을 방해했다.

"그럼 아저씨 생각으로는 꽃들이......"

"그만해 둬! 아무래도 좋아! 난 되는 대로 대답했을 뿐이야. 나에겐 지금 중대한 일이 있어!"

그는 어리둥절해서 나를 바라보았다.

"중대한 일이라고?"

망치를 손에 들고 손가락은 시커멓게 기름투성이가 되어 그에게는 매우 흉측스럽게 보이는 물체 위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는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어른들처럼 말하고 있잖아!"

그 말에 나는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런데도 그는 사정없이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 모든걸 혼동하고 있다구!"

그는 정말로 화가나 있었다. 온통 금빛인 그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씨뻘건 얼굴의 신사가 살고 있는 별을 나는 알고 있어. 그는 꽃향기라고는 맡아 본 적이 없어.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어느 누구를 사랑해 본 일도 없고. 오로지 계산만 하면서 살아왔어. 그래서 하루종일 아저씨처럼 <나는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되뇌고 있고 그래서 교만으로 가득 차 있어.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지!"

"뭐라고?"

"버섯이라니까!"

어린 왕자는 이제 분노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고 있어. 양도 수백만년 전부터 꽃을 먹어 왔고. 그런데도 그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를 왜 만들어 내는지 알려는건 중요한게 아니라는 거지! 그건 붉은 얼굴의 신사가 하는 계산보다 더 중요한 건 못 된다는 거지! 그래서 이 세상 아무데도 없고 오직 나의 별에만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 송이 꽃을 내가 알고 있고, 작은 양이 어느날 아침 무심코 그걸 먹어 버릴 수도 있다는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어린왕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을 이었다.

"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그는 속으로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는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단 말야?"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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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내린 뒤였다. 나는 손에서 연장을 놓아버렸다. 망치도 볼트도 목마름도 죽음도 모두 우습게 생각되었다. 어떤 별, 어떤 떠돌이별 위에 나의 별, 이 지구 위에 위로해 주어야 할 한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였다. 나는 두팔로 껴안았다. 그를 부드럽게 흔들면서 나는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위험에 처해 있지 않아...... 너의 양에게 굴레를 그려 줄께...... 그리고......"

더이상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무척 서툴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그를 감동시키고 그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눈물의 나라는 그처럼 신비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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