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9장.

2002/01/13 23:05 -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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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왕자가 철새들의 이동을 이용하여 그의 별을 떠났으리라 생각한다. 떠나는 날 아침 그는 자기의 별을 깨끗이 정돈해 놓았다. 불을 뿜은 화산들을 정성들여 소재했다. 그에게는 불을 뿜는 화산이 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아침밥을 데우는 데 아주 편리했다. 불이 꺼져 있는 화산도 하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야." 그는 그래서 불 꺼진 화산도 똑같이 소재했다. 화산들은 청소가 잘 되어 있을때는 부드럽게, 규칙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타오른다. 화산의 폭발은 벽난로의 불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지구위에 사는 우리들은 너무 작아 화산을 청소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화산폭발 때문에 자주 곤란한 일을 겪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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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좀 서글픈 심정으로 바오밥나무의 마지막 싹들도 뽑아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치니숙한 그 모든 일들이 그날 아침에는 유난히 다정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꽃에 마지막으로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주려는 순간 그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잘 있어." 그는 꽃에게 말했다.

그러나 꽃은 대답하지 않았다.

"잘 있어." 그가 되풀이했다.

꽃은 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감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어리석었어. 용서해 줘. 행복해지도록 노력하길 바래." 이윽고 꽃이 말했다.

비난조의 말을 들을 수 없게 된것이 어린 왕자는 놀라웠다. 그는 유리 덮개를 손에 든 채 어쩔줄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다. 꽃의 그 조용한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난 널 좋아해. 넌 그걸 전혀 몰랐지. 내 잘못이었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어리석었어. 부디 행복해...... 유리 덮개는 내버려둬. 그런건 이제 필요없어."

"하지만 바람이 불면......"

"내 감기가 그리 대단한 건 아냐...... 밤의 서늘한 공기는 내게 더 좋을거야. 나는 꽃이니까."

"하지만 짐승이......"

"나비를 알고 싶으면 두세 마리의 쐐기벌레는 견뎌야지. 나비는 무척 아름다운 모양이니까. 나비가 아니라면 누가 나를 찾아주겠어? 너는 멀리에 가 있겠지. 커다란 짐승들은 두렵지 않아. 손톱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꽃은 천진난만하게 네개의 가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지마. 신경질 나.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어서 가."

꽃은 울고있는 자기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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